푸틴, 메르켈·마크롱과 통화서 "벨라루스 사태 외부 개입 안돼"

입력 2020-08-18 22:44
푸틴, 메르켈·마크롱과 통화서 "벨라루스 사태 외부 개입 안돼"

서방의 벨라루스 야권 시위 지지 경고…대선 불복시위 10일째 지속

루카셴코, 재선거·퇴진 거부…야권 후보, 정권이양 조정위원회 추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압승에 항의하는 불복 시위가 10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서방 국가들을 향해 벨라루스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연쇄 전화 통화를 했다.



먼저 독일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 상황을 상세히 논의하면서 위기를 추가로 고조시킬 수 있는 벨라루스 내정에 대한 어떠한 외부 간섭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뒤이어 역시 프랑스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푸틴은 벨라루스 내정에 대한 외부 개입과 벨라루스 지도부에 대한 압박 행사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에 위기를 느낀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과 16일 연이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벨라루스 시위 사태를 논의한 바 있다.

이후 루카셴코는 옛 소련권 국가들의 안보협력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틀 내에서 벨라루스의 요청 시 러시아가 즉각 안보 보장을 위한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시내에선 이날도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 대선 재실시 등을 요구하는 야권 시위가 이어졌다.

타스 통신은 일부 시위대가 이날 오후 민스크 시내 독립대로를 따라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지나던 자동차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지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는 지난 9일 선거에서 1994년부터 철권통치로 장기집권을 지속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날마다 계속되고 있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지난 16일 새벽 시위에서 19세 청년 1명이 보도로 진입한 차량에 치여 숨졌다고 밝혔다. 이로써 시위 관련 사망자는 모두 3명으로 늘었다.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 요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벨라루스 외교관들도 야권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스페인 주재 벨라루스 대사는 대선 투표 재검표를 주장하면서 폭력 시위에 책임이 있는 시위 참가자와 진압 경찰 모두에 대한 재판을 요구했다.

앞서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에 지지를 표시했던 슬로바키아 주재 벨라루스 대사는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진 사퇴와 재선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압력에 밀려 재선거를 실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점하는 개헌을 실시하고 그 뒤 새 헌법에 따라 대선과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에는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카셴코는 이날 시위 진압에 나섰던 내무군 부사령관을 포함한 사법기관 직원 300명에 대해 '탁월한 업무 수행'을 치하하며 포상을 지시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루카셴코에게 도전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대리인 올가 코발코바는 전날 페이스북에 정권 이양을 위한 조정위원회 위원 3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비롯해 정치인, 법률가, 언론인, 예술인, 인권운동가, 대학생 대표 등이 포함됐다.

대선 후 리투아니아로 출국해 빌뉴스에 체류하고 있는 티하놉스카야는 앞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논의하기 위한 조정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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