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서 무장 괴한이 원주민 마을 방화…40가구 집 잃어
소작농단체 "1980년대 내전 당시 공격과 유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과테말라에서 무장 괴한들이 원주민 마을을 공격해 주민들을 쫓아내고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북쪽으로 120㎞ 떨어진 지역의 마야 케치족 원주민 거주지에 전날 밤 중무장한 괴한들이 침입했다.
이들은 주민 40가구를 마을 밖으로 거칠게 내쫓은 후 집에 불을 질렀다.
과테말라 소작농단체는 이번 사건이 1980년대 과테말라 내전 당시 빈번했던 마을 방화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1960년부터 1996년까지 36년간 이어진 과테말라 내전에선 정부와 좌익 반군들의 충돌로 20만 명가량이 살해됐다. 특히 1980년대 초반엔 마야 원주민 농민들에 대한 집단 학살도 일어났다.
소작농단체에 따르면 이번에 피해를 입은 원주민들은 15년 전 커피 농장에서 일하다 부당하게 해고된 뒤 보상을 요구하며 농장 일부를 점거해왔다.
이번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커피 농장 측은 농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은 "형제들 간의 폭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주민 보호 대책을 약속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17년과 2018년 과테말라에선 원주민 인권 운동가 39명이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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