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대만해협 잇단 군사훈련…"남북 양쪽 훈련 이례적"
전문가 "대만 장악 준비 신호탄이자 미-대만 관계 경고 의미"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최근 대만 해협의 북단과 남단에서 잇따라 군사훈련을 해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민해방군의 이번 군사훈련에 대해 대만 장악을 위한 준비를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이자 미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정치적 경고라고 해석하고 있다.
15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13일 "최근 대만의 북쪽과 남쪽에서 군사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동부전구는 인민해방군 5대 전구의 하나로,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을 관할한다.
동부전구는 군사훈련이 실시된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민해방군 소식통에 따르면 동부전구는 대만에서 북쪽으로 550㎞가량 떨어진 저우산(舟山) 군도에서 이틀간 실탄 사격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전구의 또 다른 군사훈련은 대만의 남부 도시 가오슝(高雄)에서 남서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푸젠(福建)성 장저우시에서 진행됐다.
아울러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중국 군사전문 잡지 '칸와디펜스리뷰'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동부전구는 신설 상륙여단이 주둔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대했다.
이 잡지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동부전구는 2015년 이후 병영, 무기체제를 포함해 모든 분야가 확장됐다"면서 "포병과 로켓 발사대, 미사일도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민해방군 해군은 2017년부터 동부전구에 최소 2개의 해병여단을 두고 있으며, 최소 6개의 상륙여단을 동부전구에 배치했다"면서 "동부전구의 지상군 병역은 4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인민해방군이 대만의 남북 쪽에서 거의 동시에 군사훈련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총통이 1999년 중국 본토와 대만이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兩國論)을 들고나오자 인민해방군은 이번처럼 대만의 남북 쪽에서 동시에 군사훈련을 하며 대만을 압박한 바 있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인민해방군의 이번 군사훈련에 대해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 방문을 포함해 미국과 대만 간 밀착 관계에 대한 '정치적 경고'의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와 미국진보센터(CAP)가 공동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영상 연설을 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저우천밍은 주장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 12일 열린 화상회의에서 '대만 보위는 인도·태평양지역 자유의 보루'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강압적인 행동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방어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우천민은 "인민해방군은 대만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원칙에서 벗어나 독립을 선언할 경우 중국이 실제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대만에 경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군사전문가인 쑹중핑(宋忠平)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이전에 대만을 겨냥한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독립 세력이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고 일국양제에 도전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부근 지역에서의 이번 훈련에 대해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주요 강대국의 '심각하고 부정적인 신호'에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쑹중핑은 "인민해방군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 전투태세를 점검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면서 "이런 훈련을 '대만통일' 군사작전을 위한 리허설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독립파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2016년 5월 이후 대만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단절하고 강력한 군사적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일국양제' 방식을 적용해 양안 통일을 달성하려 하지만, 차이 총통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차이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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