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말라리아약·구충제 구매 규제 완화…"처방없어도 가능"

입력 2020-08-15 04:46
브라질, 말라리아약·구충제 구매 규제 완화…"처방없어도 가능"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피해 확산 책임 부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정부가 말라리아약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구충제 이버멕틴 구매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밤 보건부 산하 국가위생감시국(Anvisa)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이버멕틴 구매를 쉽게 하는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앞으로는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이버멕틴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브라질 의료계도 부작용을 경고했다.

기생충을 죽이는 구충제인 이버멕틴 역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관저에 격리 중인 상태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했으며 주변에도 권장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구충제 약품을 양손에 든 채 복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의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약물을 대통령이 홍보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에 들어갔으며 24일 이뤄진 네 번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27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은 데 대한 책임을 자신과 정부에 묻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첫 사망자가 나오기 전부터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이던 브라질 국민을 철수시키는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보건부 자료를 기준으로 전날까지 누적 확진자는 322만4천876, 누적 사망자는 10만5천463명이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235만6천여명은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고 보건부는 전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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