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딜리버리히어로 CEO "생존위해 배민 인수…배달품목 확대 기반"
외스트버그 "네이버·쿠팡 같은 대형 IT기업이 경쟁자"
"배민 인수, 한국 시장에 긍정적 효과…기업결합심사 통과 기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딜리버리히어로의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밝힌 배달의민족 인수 이유는 음식 배달 시장에서의 생존과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외스트버그는 21일(현지시간) 딜리버리히어로의 본사가 있는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지난해 12월 배달의민족 인수 발표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일단 인수 금액이 4조원대로 국내 인터넷 기업 합병 규모 중 가장 컸다. 배달의민족은 업계 부동의 1위 기업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당시 배달 시장 2위인 요기요와 3위인 배달통을 갖고 있어서 시장 독과점 논란을 낳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기업결합심사의 결과도 독과점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있다는 관측이다. 시민사회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높여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달의민족이 지난 4월 수수료 체계를 바꾸자 사실상 수수료 인상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번졌다. 이에 경기도는 공공배달앱 구축 사업에 나서기까지 했다.
독과점과 폭리 가능성 논란에 대해 외스트버그는 배달 시장을 음식에 한정 지어서는 안 된다며 시장 확대 및 변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와 쿠팡 같은 큰 IT기업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라며 "배달의민족 인수는 변화가 심한 배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식품, 책, 전자제품 등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한다"면서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해 배달의민족 인수가 필요했다는 논리를 들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 기업이지만 지난해까지 독일 내 서비스들은 해외 경쟁사에 매각했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의 주력 시장은 남미, 중동, 아시아다.
이 때문에 독일 언론에서는 '과연 독일 기업인가'라는 질문도 나온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20일 독일 내 30개 우량주로 구성된 DAX 30 지수에 편입되며 독일 내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외스트버그와의 일문일답.
--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서비스로 배달통과 요기요가 있는데 왜 배달의 민족까지 인수하려고 하는가. 딜리버리 히어로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 한국 시장은 기술과 함께 문화적으로 발달해 있는 특별한 시장이다. 특히 한국의 뉴커머스 시장은 새롭게 확장하고 있고 다른 국가의 시장과 비교해 매우 경쟁적이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쿠팡 같은 큰 IT기업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배울 점도 많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시장이다. 국제적으로 경험을 갖춘 딜리버리 히어로가 한국 커머스 시장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한국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국 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배달 서비스가 발달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와의 인연도 있다. 2011년부터 그를 알아 왔고, 그의 굉장한 재능도 익히 봐오면서 같이 일하고 싶었다. 기술적인 부분을 논의하기 위해 서로 연락을 해오던 사이였다.
-- 현재 한국에서 배달업계 최대 이슈는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다. 인수 승인 시 딜리버리히어로의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이라는 점과 소상공인과의 수수료 협상력 우위를 통한 폭리 가능성 등이 반대 논리다. 이런 반대 논리에도 승인돼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 배달 시장은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경계도 무너지고 있어서 기존 유통사들도 우리의 경쟁 상대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식품, 책, 전자제품 등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네이버, 쿠팡 같은 대형 IT기업이 경쟁자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지원이 필요하다.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이유다. 배달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는다는데, 변화가 심한 시장이다. 인수는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다. 다시 말씀드리면 배달 시장만을 노린 게 아니다. 기업 합병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할 것이다.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 공정위 심사 결과가 좋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다양한 주장이 있는 것 같다. 인수 금액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거래도 크게 느껴지는 것 같지만, 많은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쿠팡이 진출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배달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을 합병하지 않으면 혁신과 투자에서 우리가 밀릴 수밖에 없다. 합병이 없이는 요기요가 시장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합병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정위에서 반대하면 매우 놀랄 것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배달의민족 인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한국과 동아시아 사업 분야에서 결정권을 가질 것이다. 한국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인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 배달 노동자들이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성격이어서 고용 안정성의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는데.
▲ 우리는 한국 시장에서 배달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레스토랑 파트너들이 직접 배달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 딜리버리히어로가 글로벌 시장에서 실시하는 여러 시도를 하지 못했다. 배달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회사는 이 부분에서 더 노력할 것이다.
-- 베를린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공생활 통제조치가 내려졌을 화이트칼라는 대체로 재택근무를 했지만 택배, 음식배달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대면 접촉을 일정부분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했다. 기업 측의 마스크 배포가 없던 것으로 안다. 당시 독일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감염 사태 당시부터 택배 기사의 감염 위험성 등이 이미 제기됐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독일 사업을 접었지만, 배달 노동자 처우에 대한 이런 취약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딜리버리히어로는 아시아와 중동에 있는 업체들에서 여러 가지 위생수칙을 지키도록 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배포했고, 배달원들이 음식점에 들어가지 않고 음식을 받도록 했고, 배달할 때도 음식을 문 앞에 내려놓아 대면 접촉을 피하도록 했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연관된 배달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매우 적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체 인구에서 감염 비율을 볼 때도 배달원들의 감염 정도가 낮았다. 안전 수칙의 결과로 생각한다. 또, 지역의 배달 파트너업체들에 펀딩 기금을 마련해 코로나19로 근무를 못 할 경우 임금을 보조해주고 있다.
-- 아시아 시장 진출 시 현지 업체 인수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 현지 창업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경우 서비스를 할 때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창업자들의 장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현지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창업자들에게 운영권을 계속 실질적으로 갖도록 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줘 창의력 등 장점이 서비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딜리버리히어로가 성공해온 공식이다. 배달의민족도 그렇다. 운영권을 주고 자금과 컨설팅 등의 지원을 할 것이다.
-- 딜리버리히어로가 갖고 있던 독일의 배달 업체를 왜 매각했나.
▲ 딜리버리히어로의 여러 배달 업체에 좋은 서비스와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수수료는 7% 정도밖에 안 된다. 가격이 20달러인 음식을 배달하면 1.4달러를 가져간다. 수수료를 가지고 리펀드도 해야 하고 기술과 마케팅 투자를 해야 한다. 수수료를 높여 음식점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더 지우지 않기 위해서는 양적으로 배달 주문 규모를 확대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의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세가 크지 않아 사업 규모를 키우기가 어려워 매력적이지 못했다. 독일 서비스 매각 대금으로 아시아권에 투자할 자금이 더 생기게 됐다.
-- 독일에 서비스가 없는데 계속 본사는 베를린에 유지하고 있다. 베를린의 어떤 장점 때문인가.
▲ 딜리버리히어로에서 한국 서비스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독일 기업이면서도 한국 기업인 것 같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베를린에서 창업했고 많은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분들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베를린에 본부를 두는 것에 가치가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에서 아시아 비즈니스의 비중은 50% 이상이다. 김봉진 대표가 이 부분을 책임질 것이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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