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막는 음모론 인기…큐어넌 추종자 600% 급증
소수 온라인 집단→미국 보수세력 주류 편입 가능성도 제기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의 세력이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주요 큐어넌 그룹 회원 수가 지난 3월에는 6천명 수준이었지만, 7월에는 4만명으로 600% 가까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큐어넌의 각종 음모론을 전파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같은 기간 네배 이상 늘어났다.
큐어넌은 2017년 미국의 극우 성향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에서 출발했다.
이들이 인터넷에서 퍼뜨린 수많은 음모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국 정부 내부의 기득권 세력을 의미하는 '딥 스테이트'이다.
큐어넌은 민주당과 연결된 딥 스테이트가 단순한 권력 집단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신매매한 아동의 피를 마시는 악마숭배 의식까지 치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에 출마한 것도 악마를 숭배하는 권력자 집단으로부터 미국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들이 신념이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인 탓에 주류사회에선 큐어넌을 배척했다.
트위터는 지난달 큐어넌의 주장을 전파한 계정 7천여개에 대해 무더기 폐쇄 조처를 내렸고 앞서 페이스북도 큐어넌 관련 계정 20개를 폐쇄했다.
그러나 큐어넌은 온라인 공간을 넘어 현실 정치를 넘볼 정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조지아주에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후보가 된 마저리 테일러 그린은 공개적인 큐어넌 지지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텃밭에서 출마해 당선이 확실시되는 그린에게 트위터로 "미래 공화당의 스타가 될 것"이라며 공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그린은 "악마를 숭배하는 소아성애병자들을 뿌리 뽑을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상황은 큐어넌의 보수 세력 주류 편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에 반대한 보수진영의 저항운동 단체인 '티파티'가 공화당 주류에 편입된 것처럼 큐어넌도 보수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큐어넌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빌 크리스톨은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큐어넌을 수용한다면 누구도 큐어넌이 주류가 될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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