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 이어 해리스에도 '미국출생' 의문 제기

입력 2020-08-14 11:14
트럼프, 오바마 이어 해리스에도 '미국출생' 의문 제기

AP "거짓되고 인종차별적인 음모론에 기름 끼엊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흑인·아시아계 혼혈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낙점되면서 미 대선판에 새로운 바람이 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피선거권'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해리스 의원이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의혹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해리스 의원이 대선에 출마할 자격요건이 안된다는 루머를 "전해 들었다"면서 이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넷에 떠도는 거짓되고 인종차별적인 음모론에 신빙성을 더해주면서 허위정보 캠페인에 기름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AP는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를 둔 해리스 의원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1964년 10월 태어난 미국 태생 시민권자라며 "그의 환경을 검토한 변호사들에 따르면 그의 출생 문제는 복잡할 것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로욜라 법대 제시카 레빈슨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해지자. 이건 그냥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유색인종 후보가 나오면 으레 따라 나오는 인종차별적인 의혹"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매체 복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도 해리스 의원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인종차별적 음모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러나 복스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의원은 그 자체만으로 태생적인 미국 시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부통령 피선거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치 경력을 쌓아 올렸다고 꼬집었다.

그 중심에는 미 최초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둘러싸고 벌어진 '버서'(birther) 논쟁이 있다.

'버서'는 2008년과 2012년 대선 때 오바마 후보가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사람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며 의혹을 계속 부추기다 2016년 돌연 철회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은 기독교도이며 1961년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출생 증명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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