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단휴진…"일부 종합병원 응급실 평소보다 붐벼"
전날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4곳 중 1곳 휴진 신고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계승현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해 14일 하루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외래 진료 대기시간 등이 길어지는 등 환자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등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이 평소보다 붐비고 있다.
◇ 필수 업무인력은 파업 참여 안해…"응급실 환자 몰려"
집단휴진에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를 담당하는 인력은 제외하고 의협의 주요 구성원인 동네의원 개원의와 대학병원 등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참여했다. 전문의 자격을 딴 뒤 대학병원에서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임상강사인 전임의 일부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필수 업무인력이 남아있는 만큼 우려할 만한 의료대란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환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불편이 예상된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는 특이사항 없이 운영되고 있으나, 응급실에는 일부 환자가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의 응급실, 중환자실 등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도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이날 휴진하겠다고 신고한 곳은 없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동네의원이 휴진하면서 일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7일은 물론, 평소보다 더 붐비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앞에서는 전공의들이 15분씩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은 '의료환경 고려 없는 유령의대 양산말라'는 손피켓을 들었다.
◇ 일부 환자 동네의원 헛걸음…"공지 없어 당황스럽다"
동네의원들이 집단휴진에 참여하면서 환자들이 헛걸음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내과는 16일까지 병원 전체가 휴가라는 안내문을 붙여놨다. 파업 등에 참여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맞은편 약국도 휴업 상태다.
병원 앞에서 마주친 환자는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다 어제부터 증상이 달라져 새로 진료를 받고자 왔다"며 "먼 걸음을 한 건 아니지만 휴진 등 사전 공지가 없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내과 역시 이날부터 16일까지 하계휴가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전날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3천836곳 중 8천365곳(24.7%)이 휴진 신고를 마쳤으나, 휴가철이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날 실제 문을 열지 않은 병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문을 닫은 의료기관이 실제 휴가인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휴진에 참여한 것인지도 구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주요 병원, 수술·검사 연기…정부, 환자 피해 예상 시 업무개시 명령
주요 상급 종합병원은 이날 전공의, 전임의의 업무 공백에 대비해 이미 수술이나 검사 일정 등을 모두 조정한 상태다.
지난 7일 전공의의 업무를 대체했던 전임의들 일부가 집단휴진에 참여하면서 스케줄 조정, 인력 재배치에 힘을 기울였다.
정부는 이날 휴진하는 의료기관이 많아져 환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휴진율이 높아져 환자 진료에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해당 지역의 보건소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도록 조처했다.
의료법에 따라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해당 의료인 등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을 위반한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의료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날 병원에 가야 한다면 보건복지부 콜센터(☎129)에 전화해 문을 연 병·의원을 확인하는 게 좋다.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각 시·도 홈페이지에도 당일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이 게시된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