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도쿄 코로나 방역 스티커…인증 주점서 집단감염

입력 2020-08-14 10:02
허울뿐인 도쿄 코로나 방역 스티커…인증 주점서 집단감염

오사카·효고 등 여기저기서 도입했지만 검증 장치 없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수도 도쿄도(東京都)가 감염 방지 대책을 철저하게 실행하는 업소에 발급하는 스티커가 유명무실하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도쿄도가 발급하는 이른바 '감염방지 철저선언' 스티커를 붙인 업체는 코로나19 감염 방지 대책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주점이 나오면서 제도의 허점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도쿄 에도가와(江戶川)구에 있는 한 주점에서 최근 손님과 종업원 8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이 주점은 도쿄도가 올해 6월부터 시행한 감염방지 철저선언에 동참하고 있다며 인증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는데 방역 태세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독액을 배치하고 환기를 자주 하기는 했으나 손님들의 요구로 종업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문제의 업소는 필리핀인 종업원이 손님과 대화하거나 술을 마시는 이른바 '필리핀 펍' 형식의 주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손님 중에는 종업원이 마스크나 페이스쉴드를 쓴 채 접객하는 것이 싫다며 방역 대책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관할 보건소 측은 주점 측의 양해를 얻어 스티커를 제거했다.

문제는 스티커가 당국의 심사가 아니라 업주의 신고에 따라 발급된다는 점이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3밀(密, 밀폐·밀접·밀집) 회피 등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고 업체가 체크해서 신청서를 제출하면 온라인 또는 우편으로 스티커가 발급된다.

도쿄에서 스티커를 받은 음식점이나 노래방 등은 17만개가 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안전한 환경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스티커를 업체 선택 기준의 하나로 삼고 있지만, 안전성을 보장하는 장치는 허술한 셈이다.

실제로 도쿄 도심의 주점 등을 살펴보면 스티커를 붙이고 있음에도 종업원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업체가 눈에 띄었다.



스티커 발급을 위한 공통 점검 항목 중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마스크 착용이다.

아사히신문은 "입수하기 쉬운 스티커의 효과를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실제로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체제가 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과제"라고 평가했다.

한 누리꾼은 "주민 여러분, 이 스티커가 있는 가게를 이용하세요. 하지만 감염되면 자기 책임"이라고 전시 행정을 비꼬았다.

도쿄도 외에 도치기(?木)현, 오사카부(大阪府), 히로시마(廣島)현 등도 비슷한 스티커 또는 포스터 제도를 두고 있는데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스티커가 논란이 되자 도쿄도 지요다(千代田)구는 11일부터 방역 대책을 심사하는 자체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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