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지미 라이 연계된 시민단체·기부자에 칼 겨눈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외국에 '홍콩 제재' 촉구한 단체 수사
소식통 "지미 라이, 이 단체에 수십만 달러 지원한 혐의 받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지난 10일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를 체포했던 홍콩 경찰이 이제 그와 연계된 시민단체와 온라인 기부자들을 수사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미 라이를 체포했던 홍콩 경찰은 다음 수순으로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 Kong·SWHK) 그룹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단체가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5월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을 때였다.
이에 SWHK 그룹은 홍콩보안법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호소하는 활동을 펼치겠다며 온라인 모금 캠페인을 통해 169만 달러(약 20억원)를 모금했다.
지난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후에는 이 법이 '중·영 공동선언'의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영국 정부에 중국과 홍콩 제재를 즉시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과 영국이 1984년 체결한 '중·영 공동선언'은 1997년 중국 반환 후 50년 동안 홍콩의 현 체제를 유지하고,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등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 경찰은 지미 라이와 그의 두 아들이 지난 6주 동안 해외 계좌를 통해 SWHK 그룹에 수십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체포된 '우산 혁명' 주역 아그네스 차우(周庭)와 두 명의 활동가도 이 단체에서 핵심 인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미 라이의 최측근 마크 시먼, 미국에서 활동하는 홍콩 민주화 단체 '홍콩민주평의회' 사뮤엘 추 총장 그리고 다른 한 명의 활동가도 미국, 유럽 등에서 홍콩 제재를 촉구한 혐의를 받는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은 "우리는 이 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만약 기부자들이 불법 행위를 알고도 이 단체에 기부를 계속했다면 이는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 경찰이 이번에 SWHK 그룹에 칼날을 겨눈 것은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홍콩 시위대의 활동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홍콩 시위 때 SWHK 그룹 등은 온라인에서 모금한 돈으로 한국, 미국, 프랑스, 독일, 대만 등 세계 주요국의 언론 매체에 광고를 게재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한국 신문에도 '떨어지는 홍콩을 잡아줘. 자유를 향한 마지막 투쟁'이라는 내용을 담은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SWHK 그룹은 홍콩보안법 시행 후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영국 정치권과 연계한 활동도 벌였다.
SWHK 그룹은 지난해 11월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수호를 표방하는 영국 의회 내 비공식 그룹 '홍콩에 관한 초당적 그룹'(APPG)이 출범하는 것을 지원했으며, 이후 공개적인 재정 지원을 계속했다.
지난 4일 APPG는 지난해 홍콩 시위 때 경찰의 과도한 폭력 사용을 비판하고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 등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미 라이의 체포 후 SWHK 그룹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자의적인 체포에 굴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저항할 것"이라며 "전액 해외 계좌에 있는 우리의 자금을 이용해 홍콩에 대한 해외의 활동을 조직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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