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시행 2주일…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16% 줄었다
25개구 모두 감소…은평·중랑·구로 감소율 상위 1∼3위
전셋값 상승하며 일부 단지에서는 전셋값이 분양가 추월
중구·동대문구 등 8개구는 월세 증가…"서민 주거난 우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의 전세 물량이 약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 매물은 3만2천505건으로 지난달 29일(3만8천557건)보다 15.7% 감소했다.
임차인에게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묶는 새 임대차법이 지난달 31일 전격 시행에 들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는 서울 25개 구 전역에서 일어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서민이 많이 거주하는 은평구(-37.0%), 중랑구(-36.4%), 구로구(-28.6%)의 감소폭이 1∼3위를 차지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전세 매물이 지난달 29일 329건에서 116건으로 64.8% 줄었다. 전국에서 가장 감소폭이 컸다.
올해 5월 완공돼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의 전용면적 44㎡는 지난달 21일 3억9천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지난 12일에는 5억원에 계약서를 썼다. 현재 시세는 5억원, 호가는 최고 6억원까지로 형성돼 있다.
2017년 분양 당시 이 면적의 분양가는 3억3천80만∼3억6천97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전셋값이 분양가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통상 입주 1년 차 아파트는 공급 물량 증가로 전셋값이 하락하지만, 새 임대차법 시행의 영향으로 이제는 집주인이 전세보증금만으로 대출금을 갚고도 남을 정도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지난달 준공한 서울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도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143건에서 79건으로 44.8% 감소했다.
2017년 7월 분양 당시 전용 59㎡의 분양가가 4억7천200만∼5억400만원이었는데, 지난 1일 5억7천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약 1억원이나 높아진 셈이다.
새 임대차법 도입과 맞물려 서울 주요 단지의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7%로 올해 들어 주간 단위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또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전달보다 774만원 오른 4억9천922만원을 기록해 5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새 임대차법이 서민들의 전세살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전세 매물이 서민 지역을 중심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강북(14개구) 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180만원으로 KB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처음으로 4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8개 구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월세 물건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구(7.4%)가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동대문구(5.2%), 용산구(4.4%), 금천구(4.3%), 강북구(2.7%), 영등포구(2.4%), 강동구(2.1%), 마포구(1.6%)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구에서는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 물건은 늘어난 것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를 토대로 정부가 정한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4%로, 5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2억원에 월세로 전환하면 1년에 1천200만원, 한 달 기준 100만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
반면, 현금 2억원에 나머지 3억원을 시중은행에서 대출(금리 2.5% 기준)받아 전세로 산다면 주거비는 1년에 750만원, 한 달 62만5천원이다. 전세가 월세보다 약 40% 부담이 적은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임대차 매물 밀집지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서민의 주거난이 우려된다"며 "저금리 현상에 따른 보증부월세 전환 증가로 서민층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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