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에 치인 월풀의 발버둥…"세탁기 수입제한 연장해 달라"
세이프가드 종료 6개월 앞두고 재청원…삼성·LG "영향 없어"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 대표 가전 업체 월풀이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이달 초 미국 ITC에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업체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봤을 때 발동되는 조치다.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는 지난 2017년 월풀의 청원을 계기로 2018년 2월 7일 발효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세탁기 세이프가드 3년 차로 대형 가정용 세탁기 완제품 기준 수입물량 120만대까지는 16%, 그 이상은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월풀의 이번 청원은 올 상반기 실적 부진에 이어 내년 2월 세이프가드까지 종료될 경우 세탁기 사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월풀은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40억4천200만달러(약 4조9천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LG전자[066570]의 2분기 생활가전(H&A) 부문 매출액(5조1천551억원)을 밑도는 실적으로, 2년 연속 세계 가전 시장 1위(상반기 기준)를 내줬다.
세탁기 단일 품목으로 봐도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에 비해 다소 뒤처지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점유율 21%,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월풀은 16%다.
미국 내 월풀의 자매 브랜드까지 합치면 점유율이 삼성전자보다 높을 수 있으나 월풀 하나로는 한국 기업에 밀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세이프가드 3년 차에도 사실상 큰 이익을 얻지 못하면서 연장 청원을 통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한 가전 업계 관계자는 "월풀의 텃밭인 미국에서도 한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는 것 같다"며 "국내 기업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이프가드가 발동한 2018년 1월부터 미국 가전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LG전자도 2019년 5월 미국 세탁기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대부분 공급하고 있고 일부 물량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또한 미국 판매 제품은 대부분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제조해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월풀 세탁기 생산 공장에서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언급하며 보호무역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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