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들, 식용 야생동물 거래 과정서 확산"
베트남 연구진, 70개 지점서 수집한 야생 박쥐·쥐 샘플 조사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들이 식용으로 사용되는 박쥐, 쥐와 같은 야생동물의 거래 과정에서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베트남 연구자들이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연구자들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을 통해 "2013∼2014년 베트남 남부지역에서 수집된 야생동물들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식용으로 사용되는 박쥐와 쥐에서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 과(Family Coronaviridae)에 속하는 바이러스들을 지칭하며, 현재까지 확인된 인체 전염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7종이다.
이번 연구에는 야생동물 보존 협회 출신의 연구자들과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의 연구자들도 참여했다.
연구자들은 베트남 남부지역 3개 성의 시장 및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야생 쥐와 고급 비료용으로 사육되는 박쥐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총 70개 지점에서 수집된 샘플 가운데 58개 샘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된 58개 샘플 가운데 24개는 야생 쥐 거래 장소에서, 17개는 28개의 야생 설치류 사육 농장에서, 16개는 17곳의 박쥐 비료 생산 농장에서, 나머지 1개는 자연 상태의 박쥐 서식지에서 수집된 샘플이었다.
연구진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인간과 야생 동물 간 접촉이 이뤄지는 곳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양성 샘플 비중이 높다는 점은 야생동물에 기원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인간이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위험성을 잘 설명해 준다"고 경고했다.
논문은 야생동물을 매개로 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생동물의 살생, 상업적인 사육, 운반, 거래, 보관, 소비 등에 제한을 둘 것을 조언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 직후 야생동물의 거래와 식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했으며, 베트남 정부도 지난 7월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논문은 "인간의 행동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의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전염이 촉진될 수 있다"면서 "야생에서 음식점을 거쳐 최종 소비자로 연결되는 야생동물 거래망이 그러한 확산이 일어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논문은 현재의 코로나19 사태가 야생 동물에서 유래한 코로나바이러스들이 어떻게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야기시켰는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지적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낙타가 매개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의 수산물과 야생 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보고됐다.
코로나19의 정확한 기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아시아의 박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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