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농민 170명, 대통령 만나려 45일간 1천812㎞ 행진
네덜란드 식민지배 후 농사짓던 땅 소유권 분쟁 해결요구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에 사는 농민 170명이 국영기업과 토지분쟁 해결을 위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나려고 수도 자카르타까지 1천812㎞를 행진했다.
12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북수마트라 델리세르당군 농민 170명이 조코위 대통령을 면담을 요구하며 6월 25일 출발, 꼬박 45일 동안 걸어서 지난 8일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도보 행진에 참여한 농민 가운데 45명은 여성이다. 수마트라섬과 자바섬 사이 바다는 배를 타고 건넜다.
농민들은 국영 영농기업(PTPNII)과 수년째 토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1945년 네덜란드의 인도네시아 식민지배가 끝난 뒤 1950년대부터 토지를 개간해 농사를 짓고, 집을 지었으나 2017년부터 국영 기업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퇴거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영 기업은 델리세르당군의 시말링카르 마을 854㏊, 시멘시림 마을 850㏊의 소유권을 확보해 수천 채의 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농민들은 "국영 기업에 집과 농지를 빼앗긴 뒤 축사에 살고 있다"며 "지방 정부는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않기에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리적 싸움을 하지 않고, 자카르타까지 걸어오기로 결정했다"며 "조코위 대통령이 반드시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농업인연맹 등 농업단체들은 "델리세르당군의 토지분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조코위 정부의 농지개혁 약속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농민과 국영기업 간에 수백 건의 토지 분쟁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도 토지 분쟁이 계속되고, 많은 농부가 퇴거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가 분쟁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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