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참사 레바논서 나흘째 반정부 시위…"대통령도 물러나라"
참사 1주일 맞아 희생자들 추모…내각 총사퇴에도 국민 분노 여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폭발 참사로 6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1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레바논 시민 수천명은 이날 폭발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을 맞아 비극의 현장인 베이루트 항구 근처를 행진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정권을 규탄했다.
이들은 폭발이 발생한 시각으로 알려진 오후 6시 8분께부터 1분 동안 침묵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또 많은 시위 참가자가 항구 폭발로 숨진 이들의 초상화를 손으로 들었다.
시위대는 "국민은 대통령의 처형을 요구한다"고 소리쳤으며 미셸 아운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우리는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시위 참가자 리마(24)는 데일리스타에 "우리는 잃을 게 없다. 우리는 (기득권) 시스템이 붕괴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회 건물 근처로 접근한 일부 시위대는 돌을 던지면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하루 전인 10일 하산 디아브 총리가 폭발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지만,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것이다.
베이루트에서는 이날까지 나흘 연속 반정부 시위가 진행됐다.
특히 8일 시위대 수천명과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 및 경찰 230여명이 다쳤다.
지난 4일 베이루트에서 항구에서 두차례 큰 폭발이 발생하면서 11일까지 최소 171명이 숨지고 6천여명이 다쳤다.
레바논의 임시 보건부 장관 하마드 하산은 실종자가 아직 30∼40명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장기간 보관돼 있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천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레바논 국민은 정부가 질산암모늄을 위험하게 방치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디아브 총리와 아운 대통령은 지난달 안보 당국자들로부터 항구의 질산암모늄이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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