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3배 3m '기린 목' 가진 고대 화석 주인공은 바닷속 파충류

입력 2020-08-10 11:18
몸통 3배 3m '기린 목' 가진 고대 화석 주인공은 바닷속 파충류

악어와 비슷한 코 등 수중 적응 흔적 확인…150년 미스터리 해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기린보다 더 목이 긴 고대 파충류 '타니스트로페우스'(Tanystropheus)는 1852년에 유럽 남부에서 처음 화석이 발견된 때부터 고고학계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돼왔다.

목 길이가 3m로 몸통의 3배에 달하는 '이상한' 몸을 가진데다 서식지가 바다인지 육지인지가 불분명했다. 타니스트로페우스가 살던 약 2억4천200만년 전에는 육지에선 공룡이 출현하기 시작하고 바다는 거대 파충류가 지배하던 시기였다.

타니스트로페우스의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서 한때 하늘을 날아다니던 익룡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타니스트로페우스의 크게 부서진 두개골 화석이 3차원(3D) 디지털 영상으로 거의 완벽하게 복원돼 이를 둘러싼 논란이 말끔히 정리됐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과 미국 필드박물관에 따르면 취리히 대학 고생물학자 스테판 스피에크만 연구팀은 '싱크로트론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SRμCT)'을 이용해 조각난 타니스트로페우스 두개골 화석을 복원해 얻은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타니스트로페우스의 콧구멍이 현대 악어처럼 코 위에 나 있고, 물고기나 오징어를 잡기에 적합한 길고 굽은 이빨을 갖고있는 등 수중 생활의 흔적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타니스트로페우스의 다리나 꼬리 등은 수영을 하는데 적합하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 "작은 머리와 긴 목을 이용해 흐린 물속에서 먹잇감에 몰래 다가가 사냥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타니스트로페우스가 육지로 올라와 알을 낳았을 수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바닷속에서 생활한 것으로 추정했다.

타니스트로페우스의 목은 3m에 달하지만 목뼈는 13개밖에 안 된다. 인간이나 기린이 가진 경추 7개보다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뼈 길이가 길어 뻣뻣하고 유연성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타니스트로페우스 화석이 발견된 스위스와 이탈리아 접경의 성 조르조 산에서는 큰 것(6m)과 작은 것(1.2m) 두 종류의 화석이 발견됐는데 이 두 화석 간의 관계도 다시 정리됐다.

지금까지는 다 자란 성체와 성장 중인 개체의 화석으로 여겨졌으나 작은 화석의 다리 뼈의 단면에서 뼈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할 때 형성되는 성장 고리가 다수 발견돼 작은 화석의 주인도 다 자란 성체라는 점이 새로 밝혀졌다.

이는 두 화석이 같은 타니스트로페우스에 속하지만 종(種)이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큰 것에는 '타니스트로페우스 하이드로이데스'(T. hydroides), 작은 것에는 '타니스트로페우스 롱고바르디쿠스'(T. longobardicus)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T. 하이드로이데스는 원뿔형 이빨, T. 롱고바르디쿠스는 왕관형 이빨을 가져 같은 해역에 서식하면서도 먹이가 서로 달랐을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저자인 필드박물관 고생물학자 올리비어 리펠은 "찰스 다윈은 종간 경쟁에 초점을 맞춰 자원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어떻게 한 종의 멸종을 초래하는지에 관심을 뒀다"면서 "그러나 이런 경쟁은 섬과 같은 제한적 환경에서 발생하며, 타니스트로페우스가 살았던 해역에서는 서로 비슷한 두 종이 자원을 나눠 공존하는 '생태지위 분할'(niche partitioning)이 이뤄졌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현상"이라면서 "타니스트로페우스를 정확히 분류한 것은 이 그룹 생태와 진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자평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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