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 언론재벌 지미 라이 '홍콩보안법 위반' 체포(종합)
'빈과일보' 소유주, '외세와 결탁' 혐의 등으로 체포돼
7월 1일 반중 시위대·29일 학생조직 이어 세 번째 '홍콩보안법 체포'
(선양·서울=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안승섭 기자 =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0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홍콩 경찰의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는 이날 오전 홍콩 호만틴 지역에 있는 지미 라이의 자택에서 그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 소식통은 지미 라이가 외국 세력과 결탁, 선동적인 언행, 사기 공모 등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중국 광둥(廣東)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지미 라이는 파산한 의류 공장을 인수한 후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창업, 아시아 굴지의 의류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경찰 폭력과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미 라이 본인은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미국에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홍콩인권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와 홍콩 친중파 진영은 그를 외세와 결탁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인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SCMP는 지미 라이 외에도 이날 10여 명의 인사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홍콩 매체 둥망은 소식통을 인용해 "라이의 두 아들도 홍콩보안법에 따라 외국 세력과 결탁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지미 라이의 체포는 지난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후 이 법을 적용한 세 번째 체포 사례가 된다.
지난 1일 홍콩 주권반환 기념 시위에서는 360여 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는데, 이 가운데 남성 6명과 여성 4명 등 10명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을 공격한 23세 남성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음으로 기소됐다.
이 남성은 '광복홍콩 시대혁명'의 깃발을 오토바이에 꽂은 채 시위 진압 경찰을 향해 돌진해 체포됐으며, 국가 분열 선동과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9일에는 16∼21세 학생 4명이 국가 분열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당시 체포된 학생들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학생들의 시위를 이끈 조직인 '학생동원'(學生動源·Studentlocalism) 전 구성원들이라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학생동원은 홍콩보안법 시행 직전에 홍콩 본부를 해체하고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체포된 학생들이 홍콩 독립을 지향하는 조직을 만들어 '홍콩공화국'을 건립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는 홍콩보안법 시행 후 홍콩 민주파 진영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9월 6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1년 연기됐으며,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 등 민주파 인사 12명은 출마 자격마저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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