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벨라루스 9일 대선…루카셴코 대통령 6연임 유력
30대 여성 야권후보 돌풍도 역부족일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9일(현지시간) 제6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이 실시된다.
1994년부터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이 6연임에 도전한다.
특히 이번 대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몇 년간의 경제난이 더 악화하고, 독립 이후 줄곧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이웃 러시아와의 갈등이 한층 첨예해진 가운데 실시된다.
모두 5명이 입후보한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65)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성장, 국민 복지 향상, 법치 강화, 국가 주권 수호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경쟁 후보는 교사 출신으로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이번에 남편을 대신해 출사표를 던졌다.
티하놉스카야는 자신을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후보 등록이 거부된 다른 야권 인사 지지 세력을 결집해 나가면서 루카셴코 중심의 선거판에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달 30일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티하놉스카야 지지 집회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6만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참가했다.
금융인 출신의 갑부 기업인 빅토르 바바리코와 벨라루스판 실리콘밸리 '첨단기술파크' 창설자 발레리 체프칼로 진영은 티하놉스카야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앞서 대선 출마를 시도하다가 입후보가 무산됐다.
티하놉스카야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6개월 이내에 입후보가 무산된 모든 야권 후보들이 참여하는 대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예상치 못했던 여성 후보의 약진에 대해 루카셴코는 "대통령직은 남자가 수행하기에도 버겁다"면서 "벨라루스는 아직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야권 후보 티하놉스카야가 돌풍을 일으키곤 있지만, 전문가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선거에서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루카셴코의 유력한 경쟁 상대로 꼽히던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이 선거당국에 의해 모두 거부된 데다,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현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 앞서 심각한 경제난과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처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선 정국의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벨라루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정치·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와 갈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왔다. 여기에다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더욱 어려워졌다.
전체 인구가 940만명인 벨라루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현재 6만8천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580명 이상이 나왔다.
이 와중에도 루카셴코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정신병'이고 보드카와 사우나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며 별다른 제한조치를 취하지 않아 전염병 확산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당국은 그러나 야권 지지자들의 비판과 반정부 시위를 사회 혼란과 체제 전복을 노리는 외부 세력의 공작 탓으로 몰아가며 대규모 검거와 탄압으로 맞대응했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1천30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됐다.최근엔 수도 민스크 등에서 선거 정국을 맞아 사회 질서 교란을 목적으로 침투한 러시아 민간군사업체 '바그네르'(바그너) 소속 용병 33명을 체포했다며 러시아를 선거 개입 배후 세력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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