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격리 4개월…싱가포르 이주노동자 정신 건강 '빨간불'
우울감 커지면서 자살 시도 등 잇따라…당국, 이동제약 완화 등 검토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4개월가량 기숙사 등에 격리 조처된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살 시도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당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6일 언론 보도 또는 동영상을 통해 공개된 이주노동자 관련 사건들은 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5월 이후 정신건강법에 따라 병원 등에 구금된 이주노동자가 최소 5명으로 나타났다.
어떤 경우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건물 유리창 밖에 서 있는 등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최소 2명은 기숙사에서 자연사가 아닌 이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현지 언론에 36세 이주노동자가 기숙사 계단 앞에서 자해 후 피를 흘린 채 있던 모습이 보도됐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주노동자들이 공동 거주하는 기숙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4월 초부터 이들을 기숙사에 격리 조치했다.
싱가포르에는 방글라데시와 인도, 중국 등에서 온 약 3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있는데, 이들이 싱가포르 코로나 확진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약 4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일부 기숙사는 격리 상태인 데다,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이주노동자들조차도 고용주들에 의해 이동에 제약을 겪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고국의 가족을 부양하는데 필요한 일자리가 불확실해진 것도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노동자 권익단체인 '임시노동자도 중요하다'의 데보라 포디스 회장은 통신에 "노동자 중 많은 이들이 이제는 정신적 고통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사마리안들'이라는 단체의 개스퍼 탄 대표도 "특히 코로나19 봉쇄 기간, 이주노동자들이 가족 및 친구들과 접촉이 단절된 것이 엄청난 비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인력부는 이주노동자 관련 자살 및 자살 시도 사건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고용주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인력부는 또 그들이 기숙사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이동의 제약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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