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테일즈 '페미 사냥'에 게임업계 "더는 휘둘리지 말자"

입력 2020-08-05 08:00
가디언테일즈 '페미 사냥'에 게임업계 "더는 휘둘리지 말자"

'블라인드'까지 시끌시끌…"불도장에 피해 보는 건 게임사와 일반 유저"

"'광대'가 남성 비하?" 여성계 어리둥절…되레 여성혐오 요소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카카오게임즈 신작 모바일게임 '가디언테일즈'가 일부 남성 게이머로부터 '페미 사냥'을 당하자 게임업계에서도 "더는 일부 여론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 게임 라운지에서는 이달 3일 게재된 글이 화제다.

해당 글 작성자는 "자기들 사상 강요하는 쪽이나 한번 밉보이면 불도장 이마에 찍고 불태우는 반대쪽이나 똑같은 거 같다"며 "결국 피해 보는 건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일 텐데"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옛말에 모함에는 한 줄이면 되고 해명을 위해서는 백과사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뭐라고 해도 조리돌림하고 욕하기 바쁘고, 나도 언젠가 저런 일 당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고"라고 적었다.

글에는 가디언테일즈가 언급되지 않았으나, 최근 불거진 '가디언테일즈 페미 프레이밍' 사태에 관한 글로 해석됐다.



가디언테일즈는 게임에 나오는 "이 걸레 X(여성 비하 표현)"이라는 대사가 공개 직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자 이를 "망할 광대 같은 게"로 바꿨다.

영어 원문이 "You whore(성매매 여성)"라고는 해도 국내에서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상당수 남성 이용자들은 "'광대'는 급진적 페미니스트 집단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라며 "카카오게임즈 내부에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계나 페미니즘 운동권에서는 '광대'라는 단어에 특별히 남성 비하적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가 "걸레 같은 X"이라는 표현을 수정한 계기가 여성계 및 페미니스트 성향 트위터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라는 주장 자체가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한탄하는 듯한 블라인드 글에 다른 게임사 직원들은 "이미 갑질하는 데 맛 들인 유저들은 마음에 조금만 안 들면 낙인찍고 마녀사냥 할 것", "한국판 주홍글씨다", "매번 이런 식으로 분탕 종자 때문에 게임이나 일반 유저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 등 공감한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다른 글에서도 "'걸레X'이라는 단어가 12세 게임에 나온다는 게 기사라도 나면 게임 이미지 망치는 게 금방이니 바로 수정하는 게 맞지 않나", "'광대' 의미 논란 전부터 '걸레X' 수정했다는 이유로 페미 게임으로 몰지 않았나" 등 카카오게임즈가 부당한 '페미 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게임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처한 상황이 '로드 오브 히어로즈' 개발사 클로버게임즈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클로버게임즈는 올해 3월 게이머들이 제작진 사상을 검증하라고 요구하자 "문의하신 내용은 게임 관련 문의가 아닌, 각 개인의 사상과 관련된 내용이라 공식적인 답변이 어렵다.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에 일체 반대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객관적·중립적 답변을 남긴 선례라고 평했지만, 일부 남성 게이머들은 현재까지도 로드 오브 히어로즈를 '페미 게임'이라며 헐뜯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가디언테일즈는 '페미 게임'이 아니라 여성혐오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는 게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임 속 재판 장면에서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라는 대사가 유머 포인트로 쓰이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는 성범죄 사건이 벌어졌을 때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 가해자를 감싸거나 피해자를 모함하려고 사용하는 일종의 유행어다. 성범죄 특성상 현장을 촬영·녹음한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악용한 조롱이다.

한 이용자는 트위터에서 "가디언테일즈에는 허영심은 많으면서 인권을 논하는 여성 캐릭터 등 20∼30대 남성이 좋아하는 '페미 패는 밈'이 숨어 있다"며 "'메갈 게임'이 아니라, 게임 제작진은 주 고객층에게 열심히 어필했다"고 평가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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