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서 초대형 폭발로 수백명 사상…"핵폭발 같았다"(종합2보)

입력 2020-08-05 03:47
수정 2020-08-05 10:23
레바논 베이루트서 초대형 폭발로 수백명 사상…"핵폭발 같았다"(종합2보)

항구서 두차례 큰 폭발로 주변 초토화…경제위기 레바논 혼란 가중

폭발 원인 확인 안돼…레바논 당국자, 항구 내 폭발성 물질 주목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큰 폭발이 두 차례 있었다고 레바논 언론 '데일리스타'와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 폭발로 항구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 연기에 뒤덮이고 많은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다.

베이루트 건물들의 유리창이 깨졌으며 놀란 시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레바논과 가까운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폭발 소리가 들렸다고 키프로스 매체들이 전했다.



베이루트 항구에서 약 2㎞ 떨어진 지역에 사는 한 시민은 데일리스타에 폭발 충격에 대해 "내 아파트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왈리드 아브도(43)는 AP와 인터뷰에서 "그것은 핵폭발과 같았다"고 밝혔다.

정확한 인명피해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사상자가 수백명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안보 및 의료 소식통들을 인용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적십자 대표인 조르주 케타네는 현지 TV에서 "부상자가 수백명이다"라고 말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번 폭발과 관련해 4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폭발 원인은 어떤 공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폭발물이나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이브라힘은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레바논 NNA통신은 베이루트 항구에 폭발물 저장창고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루트 항구의 한 근로자는 폭발이 폭죽과 같은 작은 폭발물에서 시작한 뒤 커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베이루트의 폭발이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다며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최근 국경지역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이번 베이루트 폭발은 경제 위기가 심각한 레바논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일에는 나시프 히티 외무장관이 정부의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며 사임했다.

레바논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등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10월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 동안 이어졌으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심화했다.

레바논 정부는 올해 5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 지원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레바논은 1975∼1990년 장기 내전 등으로 국토가 황폐해졌고 2011년 이후에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계 마론파 등 18개 종파가 얽혀있는 '모자이크 국가'이며 종파 간 갈등이 정치·사회적 문제 원인으로 꼽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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