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같은 X" 게임 대사 수정했더니 '페미 사냥'…카카오 난색

입력 2020-08-05 07:11
수정 2020-08-05 07:32
"걸레같은 X" 게임 대사 수정했더니 '페미 사냥'…카카오 난색

"광대"로 몰래 수정한 탓에 '잠수함패치' 비판에 '페미 프레임'까지

일부 게이머, 해외커뮤니티 찾아가 비난…전문가 "가짜뉴스 여론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카카오게임즈가 신작 게임 '가디언테일즈'의 게임 속 대사를 수정했다가 남초(男超) 게이머 집단의 비난을 받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 개발사 콩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마케팅)하는 가디언테일즈는 이달 2일 게임 속 대사를 하나 수정했다.

문제가 된 대사는 "걸레 같은 X(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였다. 지난달 30일 추가된 이벤트 스테이지에 나오는 문장인데, 영어판에서는 "You whore(성매매 여성)"로 제공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커뮤니티 등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부적절한 표현 아니냐고 문제 제기하자 이를 "광대 같은 게"로 바꿨다.

가디언테일즈는 국내에서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다.



이에 가디언테일즈를 이용하는 게이머들은 두 가지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카카오게임즈가 2일에 대사를 고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사전 공지 없이 게임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게이머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게임 난이도를 조절하는 등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패치를 하는 행위를 '잠수함 패치'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스텔스 패치'(stealth patch), '닌자 패치'(ninja patch)로 주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공히 게이머들의 비판을 받는 행위다.

두 번째 반발 이유는 '걸레 같은 X'을 '광대'로 바꾼 것이 "급진적 페미니즘의 영향 아니냐", "남성 혐오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게이머들은 '광대'가 급진적 페미니스트 집단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카카오게임즈 내부에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며 '페미 사냥'을 시도하고 있다.

남초 게이머 집단이 게임 개발진에 페미니즘 프레임을 씌우거나 페미니스트를 색출하는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게임계의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결론 내린 바 있다.



가디언테일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5점 만점에 4.9점이었는데, 잠수함 패치 논란 및 '페미 게임' 프레이밍이 시작된 후 이틀 만에 2.2점으로 추락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게이머들의 십자포화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이시우 사업본부장은 3일 공식 카페에 글을 올려 "운영 미숙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사전 공지 없이 임의로 대사를 수정했고,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단어로 변경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런 과정에 빠른 소통을 하지 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기존에 잘못 변경한 대사는 이른 시일 내 재수정할 예정"이라며 "강력한 내부 교육 및 정비를 통해 유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가디언테일즈의 문제점도 빠른 소통과 점진적 개선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분이 풀리지 않은 일부 게이머들은 '레딧'(reddit) 등 해외 커뮤니티를 찾아가 영문 글을 올리면서 가디언테일즈를 헐뜯고 있다.

레딧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는 "한국에서 페미니즘 집단은 자신의 부모를 포함한 모든 한국 남성을 혐오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서 "광대(clown)는 한국에서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국내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광대'가 한국 남성을 가리키거나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통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문제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기 위한 가짜뉴스 여론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김 교수는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발현하는 국내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을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학자다.

그는 "여성비하 욕설을 유희의 일부로 넣은 것 자체가 게임계의 남성 중심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게임 개발 및 유통 단계 전반에 시대적 정신이라고 할 성인지 관점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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