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EU로'…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민 이민 30% 증가
미래 두려움이 주 요인…스페인·프랑스·독일 등으로 이주 많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스코틀랜드 북동부 애버딘셔에 살던 안드레아스 미첼(20)의 가족은 지난 2018년 독일로 이주했다.
미첼이 급성 림프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후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가장 큰 요인은 브렉시트(Brexit)였다.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로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이민을 결심하게 했다.
미첼은 "하드 브렉시트가 내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공급 지연을 불러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졌다"면서 "백혈병 치료에서는 의약품 공급이 몇주라도 지연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미첼의 가족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독일 등을 대상으로 이민을 검토한 결과 최종적으로 독일을 선택했다.
미첼의 어머니인 우쉬가 독일에서 태어난 데다, 마침 그곳에서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우쉬는 "브렉시트에 대한 두려움이 (이주의) 주요인이었다"고 전했다.
2016년 영국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미첼의 가족처럼 EU 회원국으로 이주한 영국민은 많이 늘어났다.
4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를린 사회과학센터의 대니얼 아우어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로스타트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6년 이후 영국인의 EU 이민은 30%가량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인 2008∼2015년 영국에서 EU 회원국으로의 이민은 연평균 5만6천832명이었지만, 2016∼2018년 3년간은 7만3천642명으로 30% 급증했다.
영국민이 제2의 조국으로 가장 많이 택한 곳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공식 이민 통계에 따르면 2008∼2015년 스페인에 이민을 등록한 영국인은 연평균 2천300명이었지만,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2년간은 연 2만1천25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EU 회원국인 데다 스페인에서는 거주 등록이 필수가 아닌 만큼 실제 많은 영국인은 스페인 이민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영국민에게 두 번째로 인기가 있는 곳은 프랑스로 2008∼2015년 연평균 500명가량이 프랑스에 이민을 갔지만 역시 국민투표 이후 2년간 연평균 5천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프랑스 역시 EU 회원국 주민의 이주에 관해서는 별도 등록을 요구하지 않는다.
독일에서 영국 이중국적을 보유한 사람은 2015년 622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1만4천600명으로 급증했다.
보고서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아우어는 "이러한 숫자의 증가는 한 나라가 경제나 정치적 위기를 맞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저자인 대니얼 테트로는 "브렉시트는 2016년 이후 이민 결정의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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