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쿠르드족, 미국과 원유 수출 계약…터키 강력 반발

입력 2020-08-04 00:14
시리아 쿠르드족, 미국과 원유 수출 계약…터키 강력 반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미국의 에너지 기업이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과 원유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해 터키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터키 외교부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PKK(쿠르드노동자당)와 YPG(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이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델타 크레센트 에너지와 원유 추출·가공·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KK/YPG 테러조직은 시리아인의 천연자원을 빼앗아 그들의 분리독립 야욕을 추구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시리아의 천연자원은 시리아인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법을 무시하고,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할 뿐 아니라 테러 자금 조달 행위를 미국이 지지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행위는 어떤 동기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PKK는 터키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조직으로 쿠르드족의 인구 비율이 높은 터키 동남부와 이란 북부 산악지대, 시리아 북동부 등을 거점으로 40년 넘게 쿠르드 분리독립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터키는 PKK를 자국 내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여기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의 민병대가 PKK의 시리아 분파라고 주장하면서 유프라테스강 동쪽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을 공격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미국을 도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선봉에 섰으나, 미국이 사실상 터키의 침공을 묵인하면서 중화기를 앞세운 터키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결국 터키군은 시리아 국경도시인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 사이 120㎞ 구간을 점령하고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 밖으로 YPG가 철수하는 조건으로 군사작전을 중단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휴전 조건에 따라 국경에서 30㎞ 이상 철수했으나, 여전히 시리아 동부의 최대 유전지대를 장악하고 있다.

IS 격퇴전 당시부터 시리아 쿠르드족을 지지해온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달 30일 미 의회에서 마즐룸 아브디 SDF 사령관과 (원유 수출) 계약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미국이 이 거래를 지지하는가"라고 묻자, 폼페이오 장관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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