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관리 조용히 홍콩행…'의회 공백' 의견 청취(종합)
전인대, 이달 회의서 선거 연기 후속 문제 논의 가능성
중국 외교부 "선거 연기, 정당하고 필요한 조치"
(상하이·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김윤구 특파원 =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내년 9월로 갑작스럽게 미뤄져 1년간의 의회 공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뜨거운 현안이 된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의 고위 관리가 홍콩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이 전날 홍콩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장 부주임은 도착한 날 홍콩의 기본법위원회 위원 5명과 만나 선거 연기에 따른 문제를 처리할 방안에 관한 의견을 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장 부주임 외에도 중국 중앙정부의 고위 관리가 홍콩으로 와 비슷한 여론 수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사정에 밝은 인사들이 설명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자 홍콩 정부의 고문인 라오슈카이(劉兆佳)는 SCMP에 장 부주임과 별도의 '영향력 있는 고위급' 중국 중앙 관리와 만났다면서 "내가 알기에 중앙 정부가 선거 연기에 따른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부문에 자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고위 관리들의 잇따른 홍콩행은 선거 연기에 따른 입법 공백 해소를 놓고 친중파 진영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친중파 다수는 현 홍콩 입법회 의원들의 임기를 1년 연장하든,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임기 1년의 '임시 의원'을 새로 임명하든 차기 선거 후보 자격을 제한당한 현역 의원 4명을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 입법회 의장인 재스퍼 창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들만 입법회에서 쫓아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내달 치러질 입법회 의원 선거를 1년 뒤로 미루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작년 11월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9월 입법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 차지를 목표로 삼던 야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홍콩 민주 진영과 야당은 홍콩 정부가 1년간의 '비상시기'를 악용해 의회에서 반대파를 쫓아내고 각종 가혹한 법과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는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달 8∼11일 베이징에서 진행하는 회의에서 홍콩 선거 연기에 따른 후속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람 행정장관은 중국 중앙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선거 연기에 따른 각종 법률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유권 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홍콩 입법회 선거 연기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선거 연기에 대해 "홍콩 시민의 생명 안전과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이자 입법회의 안전과 공정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염병 때문에 선거를 연기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선례가 적지 않다"면서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결정은 합리적이며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홍콩은 중국의 특구이며 홍콩 입법회 선거는 중국의 지방선거다. 어떤 외국 정부나 개인도 간섭할 권리나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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