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K반도체'에 악재되나…7월 D램 고정가격 일제 하락
서버·PC용 D램 고정가격 각각 6%, 5% 이상 떨어져
디램익스체인지 조사…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에 부담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력으로 삼는 D램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디램익스체인지와 트렌드포스는 이달 서버용 D램(32GB) 가격이 6월(143달러)보다 6.39% 하락한 134달러를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서버용 D램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 등 비대면 특수를 누리면서 견고한 가격 흐름을 보였다. 올 4∼6월 석달간 143.1달러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코로나 셧다운 등의 여파로 공급망 차질을 우려한 서버업체들이 선주문에 들어가 재고 보유량이 증가했고, 6월 이후부터는 주문량을 줄이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D램익스체인지가 공개한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도 이달 평균 3.13달러를 기록해 전월 대비 5.4% 하락했다.
PC용 D램 가격도 올해 들어 코로나 특수로 5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지난달 상승세를 멈추고 이달 약세로 돌아섰다.
7월 D램 가격 하락은 사실상 시장에서는 예고된 악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모두 하반기 D램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들이 긴급 주문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정상 범위 수준에서 재고를 소폭 증가시킨 것으로 본다"며 "서버 수요가 상반기보다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에 D램 판매 가격의 일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판매 가격인 고정가격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현물가격도 이미 수개월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D램 현물가격은 올해 4월 3일 3.637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접어들어 최근 보합과 약세를 지속하면서 현재 2.619달러까지 내려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하반기 반도체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도 3분기 반도체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더라도 수익은 상반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유진투자증권[001200]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을 2분기(5조4천억원)보다 낮은 5조2천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반도체 가격이 8월에도 5∼7%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과거만큼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3∼4년에 걸쳐 발생했던 수요-공급의 과도한 불일치가 작년 말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성장 추세는 견조할 것"이라며 "코로나 2차 대유행 등 불확실성만 없다면 이번 D램 가격 조정기는 짧게 끝나 올해 하반기가 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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