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부터'…코로나19 경제난에 연금 미리 찾아쓰는 중남미
칠레·페루 연금 중도인출 허용…콜롬비아도 추진 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난 속에 중남미 각국이 연금 자산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칠레에서는 30일(현지시간) 연금 중도 인출 신청이 개시된 후 몇 시간 만에 11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중도 인출을 신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날 수도 산티아고의 민간 연금관리회사(AFP)들 사무실 앞에는 직접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일부 AFP의 신청 사이트는 접속자가 몰려 다운되기도 했다.
칠레에서는 지난주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연금의 최대 10%까지 미리 찾아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연금 재정 약화를 우려해 반대했으나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여당 내에서도 일부 이탈표가 나오며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 시절(1973∼1990년) 민영화한 칠레 연금제도는 지난해 11월 칠레를 달군 사회 불평등 시위에서도 시급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1천100만 명 연금 가입자들이 모두 10%를 채워 인출한다면, 총 150억달러(약 18조원)에서 200억달러가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EFE통신은 전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봉쇄돼 빠듯한 생활을 하던 칠레인들이 현금을 확보하게 되면 소비가 진작돼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연금 재정이 허약해져 장기적으로는 수급액이 적어지면서 노인 빈곤 등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연금 운용사들이 가입자들의 인출 러시 탓에 보유 주식 등을 매각하면 안 그래도 약세를 이어가는 중남미 증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칠레에 앞서 페루도 지난 4월 연금 가입자들이 최대 25%를 미리 인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콜롬비아 역시 10% 인출 허용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칠레와 마찬가지로 페루와 콜롬비아도 중도우파 정부는 연금 조기인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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