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첫 직선 총통 리덩후이 별세…향년 97세(종합)
대만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이바지 평가…차이잉원 정계로 이끌어
양안서 엇갈린 평가…독립파엔 '대만 아버지', 중국 본토엔 '독립파 수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만이 국민당 일당 독재 시기를 거쳐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인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30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타이베이 롱민쭝(榮民總)병원은 리 전 총통이 이날 오후 7시 24분(현지시간)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우유를 잘못 삼키는 바람에 폐렴 증세를 보여 타이베이 롱민쭝(榮民總)병원에 입원한 채 치료를 받고 있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최근 병원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고령인 리 전 총통은 장기간 건강이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최근 병세가 더 악화했다고 전한 바 있다.
리덩후이는 장제스(蔣介石·1887∼1975)의 아들인 장징궈(蔣經國·1910∼1988)에 이어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대만 총통을 지냈다.
총통 재임 시절 그는 국민당 독재를 끝내고 다당제와 총통 직선제를 도입했다. 그는 대만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96년 직선제 방식으로 처음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대만 국민이 직접 뽑은 첫 총통이 됐다.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 태생인 그는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둔 중국국민당 출신 총통이었으면서도 임기 말년에는 중국과 대만이 각각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兩國論)을 들고나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리덩후이는 총통 재임 시절 당시 학자이던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에게 비밀리에 양안 관계 재정립 프로젝트를 맡겨 그를 정계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말년에 그는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이들로부터 '대만의 아버지'라고 불렸다. 반면 중국 본토는 그를 '대만 독립 세력(臺獨)의 수괴'라면서 맹렬히 비난했다.
리 전 총통의 유족으로는 부인 쩡원후이(曾文惠) 여사와 두 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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