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마지막 투사' 음랑게니 안장

입력 2020-07-30 18:23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마지막 투사' 음랑게니 안장

만델라 투쟁 동지들 역사의 뒤안길로…국장 엄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근 별세한 반(反)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투사 앤드루 음랑게니가 29일(현지시간) 안장됐다.

음랑게니는 넬슨 만델라 등과 함께 백인 소수정권을 전복하는 음모를 꾸몄다는 혐의로 법정에서 사형까지 직면했던 인물이다. 음랑게니는 지난주 9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이날 국장으로 엄수된 음랑게니 장례식을 기려 관공서에는 조기가 내걸렸다. 현지 TV 보도채널도 종일 장례식을 생중계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조사에서 "우리는 위대한 애국자를 잃었을 뿐 아니라 단호한 도덕적 목소리도 잃었다"면서 "역사는 앤드루 음랑게니를 우리나라의 위인 전당에 두겠지만 사람들은 그를 겸손, 인간애, 존엄의 인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객 가운데는 장관들과 함께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핵심 인사들도 참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조문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다.

음랑게니는 남아공 초대 흑인 대통령인 만델라처럼 4반세기 이상을 케이프타운의 악명높은 로벤섬 감옥에서 보내다가 1989년 석방됐다.

1994년 첫 민주 총선 이후 그는 ANC 소속 국회의원이 됐고 2014년 은퇴했다.

그는 나중에 ANC의 분파주의와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 치하에서 만연한 국가 부패를 강력히 비판했다.

여당 원로로서 특히 주마 전 대통령이 인도계 유력 재벌인 굽타 일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면서 그에게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2009년부터 집권한 주마는 결국 2018년 2월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

음랑게니는 1925년 중부 프리스테이트에서 태어났으며 1950년대 초 ANC 청년 조직에 가담했다.

만델라가 1963∼1964년 역사적인 '리보니아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각오하면서 자유는 "내가 죽기 위해 준비된 이상"이라고 말할 당시 음랑게니도 고반 음베키, 월터 시술루, 아흐메드 카트라다, 데니스 골드버그 등 다른 투사들과 그 옆에 있었다. 이들은 결국 사형 대신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26년간 수형생활을 했다.

백인인 골드버그는 3개월 전 타계했으며 음랑게니는 이들 전설적 투쟁 1세대의 마지막 생존 인물이었다.

음랑게니는 평생을 반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의 도가니인 요하네스버그 소웨토 타운십에서 살았으며 요하네스버그 서쪽 루더푸어트 묘역에 묻혔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