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외무장관 트위터에 말레이시아 '발끈'…영유권 갈등

입력 2020-07-30 11:24
필리핀 외무장관 트위터에 말레이시아 '발끈'…영유권 갈등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한마디에 말레이시아가 발끈했다.

양국이 수십년간 대립각을 세운 영유권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30일 GMA 뉴스 등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록신 장관은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바주(州)는 말레이시아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말레이시아 사바주에서 최근 귀국한 필리핀 국민에게 방역 물품을 지원했다는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관의 트위터에 대한 답글 형식이었다.

이에 대해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은 29일 트위터를 통해 "이는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한 뒤 "사바주는 말레이시아의 일부이며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히샤무딘 장관은 또 오는 3일 주말레이시아 필리핀 대사를 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사바주의 영유권을 두고 수십년간 대립각을 세워왔다.

과거 필리핀 남부 술루 제도와 함께 보르네오섬을 영향권에 뒀던 술루 술탄국은 1878년 당시 말레이시아를 식민 통치하던 영국 노스보르네오컴퍼니와의 계약을 통해 사바 지역 점령권을 영국에 넘겼다.

이후 술루 술탄국은 1915년 미국이 필리핀 전역을 식민지화하면서 주권을 상실했으나, 영국과 말레이시아는 해당 계약이 계속 유효하다며 술루족들에게 매년 5천 링깃(약 134만원)씩을 지급해 왔다.

반면 술루족은 이 계약의 성격이 '임대차'라며 말레이시아에 사바주 반환을 요구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글로리아 아로요 등 역대 필리핀 대통령 다수도 이런 주장에 동조해 말레이시아와 갈등을 빚었다. 특히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사바주를 무력으로 되찾기 위해 비밀 민병대를 육성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2016년 6월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필리핀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이었던 같은 해 5월 사바주의 영유권을 주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말레이시아 정부의 반발을 샀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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