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WTO서 법리공방 본격화…수출규제 패널 설치 확정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제한조치를 두고 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본격적인 법리 공방을 벌이게 됐다.
WTO의 분쟁해결기구(DSB)는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정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제한조치 분쟁(DS590)과 관련,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분쟁해결절차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패널의 설치를 확정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고 불확실성과 비용 등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제품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전자 산업에서 중요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에 주로 이용된다면서, 일본의 조치가 글로벌 가치 사슬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면서 패널 설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DSB 회의에서도 패널 설치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으나, 당시 피소국인 일본의 반대로 설치되지 못했다.
그러나 WTO 규정상 두 번째 회의에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거부하지 않는 이상 패널은 자동 설치돼 이날 설치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심리를 담당할 패널 위원 선정 및 심리 등 쟁송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패널 위원은 3인으로 구성되며 위원 선임은 제소국과 피소국의 협의로 결정된다.
패널 설치부터 판정까지는 원칙적으로 10∼13개월 소요되지만, 분쟁에 따라 이 기간이 단축 또는 연장될 수 있다.
만일 패널 결정에 불복할 경우 상소할 수 있지만, WTO에서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는 지난해 12월부터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노역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아울러 8월에는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11일 WTO에 제소했지만, 같은 해 11월 22일 한일 갈등을 대화로 풀고자 일본에 대한 압박 카드였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유예하고 WTO 제소 절차도 중단했다.
이후 한국은 일본이 수출 규제의 명분으로 삼았던 제도적 미비점을 모두 정비하고, 일본에 지난달 말까지 수출 규제 해결 방안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이 끝내 적극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자 정부는 6월 2일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고, 지난달 18일 WTO 사무국과 주제네바 일본대표부에 패널 설치 요청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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