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보첼리, 이탈리아 봉쇄 정책 비판…"따르지 않았다"
"봉쇄 기간 굴욕·불쾌감 느껴…코로나19 심각하다 생각안해"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취해진 이탈리아 정부의 봉쇄 정책을 '과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첼리는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위험성을 부정하는 이들이 조직한 상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가 무섭게 확산하던 3월 초부터 2개월간 전 국민 이동제한령 등의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콘퍼런스 초대를 수락하긴 했지만 나는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라고 운을 뗀 보첼리는 "봉쇄 조처가 발효됐을 때 나는 이 민감한 결정을 내린 이들을 지지하려 노력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현실을 분석하려고 했고 실상은 우리가 들은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는 많은 사람 가운데 누구도 중환자실에 입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위기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라고 반문했다.
보첼리는 봉쇄 당시 겪은 심리적 고통도 토로했다.
그는 봉쇄 기간을 회고하며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집 밖으로 나갈 자유를 박탈당한 데 대해 굴욕과 불쾌함을 느꼈다"며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하건대 나는 공정하지도, 건강상 유익하지도 않은 이 조처를 따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날 콘퍼런스는 이탈리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줄곧 비판해온 야권 인사들이 주도했다.
그중에는 이탈리아 정계의 '뉴스메이커'인 극우 정당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도 포함돼 있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반정부 집회를 조직하고 공공장소에서 의도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등의 돌출 행보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날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보첼리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보첼리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부활절(4월 12일)에 밀라노 상징인 두오모 대성당에서 희망과 치유의 콘서트를 해 감동을 선사한 보첼리는 5월 말 이탈리아 피사의 한 병원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쓰이는 혈장을 기증하며 아내와 두 자녀를 포함한 온 가족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회복했다고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27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4만6천286명으로 세계에서 15번째로 많다. 사망자 규모는 3만5천112명으로 미국·브라질·영국·멕시코 등에 이어 5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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