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우려 제기된 화웨이 장비 교체될까…업계는 '차분'
"실제 피해 가능성 희박"…보안 아닌 미-중 갈등 이슈 판단
철거 시 수조원대 피해 우려…"미 대선 후 분위기 변할 것"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미국 국무부가 LG유플러스[032640]를 직접 거명하며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촉구했으나 국내 업계는 실제 장비 철거로 인한 피해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신 이번 문제를 미국과 중국 간 세계 패권을 둘러싼 국제 정치 이슈로 판단하고 섣불리 입장을 정하는 대신 미국 대통령 선거 상황을 비롯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미국, 당장 장비 철수 요구한 것 아냐"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사용 문제와 관련해 실제 장비 철거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이슈로 LG유플러스가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이번 요구는 화웨이 장비의 점진적인 사용 배제이지, 당장 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LG유플러스가 내년부터 차차 화웨이 장비 구매를 중단하고 다른 업체 장비로 전환하며 장비 간 연동 조처를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김 연구원은 풀이했다.
이처럼 점진적으로 장비를 교체한다면 추가 비용 부담도 연간 영업이익의 2~3%인 200억~300억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최남곤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도 "이번 입장 표명은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미국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할 용의가 있느냐는 기자 질의에 대해 미국의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과민 반응을 경계했다.
◇ 화웨이 백도어 의혹에도 증거는 없어
통신업계 역시 이번 이슈가 실제 보안 문제라기보다는 국제적 갈등에 따른 문제라고 보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화웨이는 5G 기지국 장비에 대해 스페인의 정부인증기관으로부터 네트워크 장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제공통평가기준 보안 인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5G 장비 보안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최근 "5G 장비에선 보안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는 5G 보안협의회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통신망 침투용 무단 통로)가 심어져 각종 기밀정보가 중국 정부에 유출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 천문학적 철거 비용 우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
반면 화웨이 장비를 실제 철거한다면 우리 업계의 피해는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5G 장비 중 약 30%를 화웨이 제품으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장비만 교체한다고 해도 최소 수천억원이 든다.
특히 현재 5G 장비가 LTE와 연동형 방식이어서 LTE 장비까지 바꿔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비용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장비 교체에 따른 통신 서비스 중단 피해는 액수로 가늠하기 힘들다.
화웨이가 한국에 장비 수출로 거둔 연 매출이 약 3천억원인 데 비해 국내 업체의 화웨이로의 연간 수출액이 13조원으로 추산되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가 세계 5G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36%로 1위인 것은 월등한 '가성비' 때문"이라며 "업체로선 확실한 증거도 없이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3달 남은 미국 대선 이후로는 어떤 식으로든 상황이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싶어서 당장은 납작 엎드려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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