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틀랜드는 전쟁통…시위격화에도 연방요원 추가투입
강하게 진압할수록 시위 더 격화
"트럼프는 '법질서 수호자' 자처"
시위대·경찰 충돌막는 '엄마 부대'
통제불능 우려에도 법무장관 "정당행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연방 요원들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서 촉발된 시위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명령 하에 움직이는 연방 병력 투입으로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 WP "포틀랜드에 최소 100명의 추가 병력 투입 예정"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포틀랜드에 최소 100명의 연방 요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고 연방보안관실(USMS) 내부 메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USMS는 지난주 포틀랜드에 추가로 요원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지난 23일 밤부터 이들을 투입하고 있다.
신문은 또 국토안보부(DHS)도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 50명을 추가로 포틀랜드에 투입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익명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이달 중순 현재 포틀랜드에는 114명의 연방 요원이 배치돼 있다.
신문은 "최소 100명의 추가 병력이 투입된 뒤 앞서 배치된 이들 중 몇 명이 귀가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러한 추가 배치 움직임은 연방 병력의 의미심장한 증원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방 요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병력만으로는 최근 더 과격해지고 있는 시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 관리들은 "시위대가 폭죽을 터뜨리거나 요원들 눈에 레이저를 쏴 다치게 했다"고 말했다.
◇ 인종차별 반대시위, 공권력 과잉진압에 '강대강'
주말인 지난 25~26일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공권력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포틀랜드를 비롯한 미 대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는데 폭력 사태도 이어졌다.
특히 포틀랜드에서는 25일 플로이드 사망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는데 연방요원들을 향한 시위대의 저항이 거셌다.
'신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얼굴 가리개를 쓴 채 항의의 팻말을 들고 참여했지만, 경험 많은 이들은 헬멧과 무릎 보호대를 비롯해 최루탄에 대처하기 위해 방독면, 인공호흡기, 스노클링 마스크 등을 마련해왔다.
시위대는 시위 거점인 연방법원을 둘러싸고 연방 요원들과 격렬히 충돌했다. 시위대가 깨진 법원 창문을 향해 폭죽을 쏘자, 법원 안에 있던 연방요원들이 합판을 덧댄 건물 문을 부수고 뛰쳐나와 법원 앞 시위대를 막기 위해 친 울타리 앞으로 도열했다. 그리고는 "덜 치명적인" 탄약을 깜깜한 광장을 향해 쏘아댔다.
최루탄 대비 장비를 갖춘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울타리를 흔들어대면서 연방 요원들이 섬광 수류탄과 고무탄, 후추탄, 페인트탄 등을 쏘는 것을 저지했다. 일부는 물병이나 다른 가재도구를 법원 안쪽으로 던졌다.
◇ "연방요원 투입에 상황악화"…법무장관 "정당한 행위"
경찰의 무력 사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민주당 소속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27일 저녁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 등을 향해 "휴전과 강화된 연방 병력의 철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즉각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포틀랜드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연방 요원들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 요원들은 법원 주변에 더욱 강력한 울타리를 추가로 칠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쳐진 철제 울타리 바깥쪽에는 시위대가 합판으로 만든 직사각형의 방패들이 쭉 놓여있는데 그중 일부에는 검정색 펜으로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는 글씨가 쓰여있다. 플라스틱 저장통의 뚜껑과 바닥면을 활용한 방패도 법원 인근 공원에 쌓여있다.
포틀랜드 활동가 그레고리 매클비는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법과 질서의 수호자임을 내세우려고 하지만, 현재까지 시위대 진압전술은 실패했으며 강하게 진압할수록 시위대를 더욱 자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포틀랜드에 연방 요원을 투입한 것이 정당했다고 증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 시애틀·오로라 등 다른 도시도 연방요원 투입 우려 커져
워싱턴주 시애틀이나 콜로라도주 오로라 등 다른 도시들의 관리들과 시위대도 포틀랜드처럼 연방 요원이 투입될까 우려하고 있다.
시위대와 공권력의 과격한 충돌을 막기 위해 '엄마 부대'가 등장하기도 했다. 포틀랜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 '엄마들의 벽'(Wall of Moms)이 만들어졌는데 시애틀 지역 활동가들도 유사시에 대비해 같은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틀랜드, 시카고, 시애틀, 앨버커키, 캔자스시티, 워싱턴DC 등 6개 도시의 시장들은 27일 의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요원 배치를 막아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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