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쓰고 빌린 돈으로 고가주택 매입…알고보니 부친 돈

입력 2020-07-28 13:38
차용증 쓰고 빌린 돈으로 고가주택 매입…알고보니 부친 돈

법인 돈 빼돌리기도…국세청, 올해 두차례 부동산 기획조사서 216억원 추징



(세종=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국세청의 올해 부동산 관련 기획 세무조사에서 적발된 탈세행위 중에는 편법증여나 회삿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인 유형이 빈번하다.

28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앞서 두 차례 부동산 거래 관련 기획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세액은 216억원이다.

국세청은 "고가 주택 매매나 고액 전세 임차 과정에서 특수관계자간 차입을 가장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다수 주택을 취득하는 등 편법증여 행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출이 강력히 제한되면서 편법증여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적발된 자산가 A의 20세 아들 B는 자신의 소득에 비해 고가인 주택을 취득했다. 취득 자금은 차용증을 쓰고 큰아버지로부터 수억원을 빌려 마련한 것으로 돼 있었다.

과세당국이 B의 자금 출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차입금은 사실 아버지 A가 큰아버지에게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가 급여라고 밝힌 부분도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실제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급여로 속여 지급한 돈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편법증여 현금에 대해 억대 증여세를 추징했다.



부동산매매업자 C도 어린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를 시도했으나 덜미를 잡혔다.

한 가구에서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이 신축 상가 지분 각 50%를 보유한 사실이 파악돼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어머니 C가 토지를 매입해 상가 2동을 신축한 후 자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최초 등기)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C의 자녀 2명에게는 변칙 증여에 대해 수억원대 증여세가 부과됐다.

회삿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매입한 사주 일가의 행태가 이번 조사에서도 적발됐다

공사업체 D 법인은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사주 배우자와 자녀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일용근로자 인건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사주일가는 이 돈으로 고가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고 호화생활을 누렸다.

국세청은 D법인과 사주일가로부터 법인세, 소득세, 증여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차입 형식을 가장한 편법증여는 정황이 포착돼도 당사자들이 차용증을 작성하고 몇차례 이자 상환 기록을 남기면서 정상적 채권·채무관계라고 항변하면 증여세를 부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부채 사후관리 점검 횟수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부채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환과정에서 대리 변제를 확인하면 조사로 전환해 탈루 세금을 추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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