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난주 에스퍼 '남부연합기 금지' 지시에 폭발"

입력 2020-07-26 08:38
수정 2020-07-26 08:49
"트럼프, 지난주 에스퍼 '남부연합기 금지' 지시에 폭발"

"에스퍼 취임 1년 기념 동영상서 군에 감사 표하며 트럼프 아예 언급 안해"

CNN "당분간 거취에는 문제 없을 것"…'불안한 동거' 이어질 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전 세계 미군 시설에서 '분열의 상징' 남부연합기(旗)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최근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고 CNN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 사태 당시인 지난달 3일 진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 동원 방침에 '항명'한 이래 두 사람의 불화설은 계속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이 지난 17일 '모든 이들을 품위와 존경을 담아 대하고 분열적 상징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깃발을 게양하라'고 지시를 내리자 화를 이기지 못했다고 CNN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반응을 잘 아는 두 명의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남부연합기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군에 남부연합기 게양을 금지토록 한 이 지시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남부연합을 옹호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의 한 고위 당국자는 CNN의 보도 내용이 부정확하다면서 "해당 현안이 대통령에게 제기됐을 때 그는 화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2명의 인사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관계가 최근 몇 달간 상당히 악화됐지만 당분간 에스퍼 장관의 거취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CNN에 전했다.

그 외 여러 소식통은 두 사람의 관계가 향후 수개월간 더 불편해질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장관을 해임하는 문제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국방부가 과거 노예제를 옹호하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 명칭 변경에 열려 있다고 밝혔을 때도 "이 웅장하고 전설적인 군사 시설의 명칭 변경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곧바로 제동을 건 바 있다.

기지 명칭 개전 조항은 지난 21일 하원, 23일 상원을 각각 통과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도 포함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경고한 바 있어 NDAA 최종 확정 과정에서 뇌관으로 떠올랐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 25일 취임한 에스퍼 국방장관은 그의 임기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아 '정치적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국방 당국자들은 에스퍼 장관이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해치고 군의 사기를 저하할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하루 위기관리에 집중하는데 애써야만 했다고 CNN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 간 균열의 지점은 무수하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에스퍼 장관이 최근 자신의 지난 1년 성과와 군에 대한 감사를 담아 녹화한 10분짜리 동영상에서 '최고사령관'인 트럼프 대통령을 단 한번도 거론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야말로 두 사람의 긴장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예스퍼(Yes-per)'로 불릴 정도로 초기 예스맨으로 꼽혔던 에스퍼 장관이 잇단 소신 행보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서 당분간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