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국 대형드론 판매 늘리려 30년 된 국제합의 임의해석

입력 2020-07-25 07:17
미, 자국 대형드론 판매 늘리려 30년 된 국제합의 임의해석

미사일기술통제체제 수출제한 받던 대형 드론, 제한 미적용으로 변경

가입안한 중국 문제 삼으며 국제합의 또 무시…"분쟁지역 불안정 격화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이 미사일기술 확산 방지를 위해 마련된 국제규범을 임의로 해석, 글로벌호크 같은 자국의 대형 무인기(드론) 판매 문턱을 낮췄다.

자국의 이익을 내세워 국제적 합의를 내던진 또 하나의 사례로, 다른 나라들도 미국처럼 자의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4일(현지시간) 35개국이 가입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규정을 재해석하기로 했다.

미국의 글로벌호크나 리퍼 등 시간당 800㎞까지 비행하는 대형 드론의 경우 MTCR상 고도의 수출제한 대상이었으나 제한을 받지 않는 하위 범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MTCR은 대형 드론을 순항미사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판매승인이 쉽지 않았다.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급속히 진화하는 기술 분야에서 MTCR의 기준은 30년도 더 된 것"이라며 "MTCR 바깥의 국가에 불공정한 이익을 주고 미국의 산업을 해치는 낡은 기준이면서 보통 이하의 기술을 가진 우리의 동맹을 불리하게 해 우리의 억지력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TCR 회원국들과 2년 넘게 논의했으나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적 재량을 발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MTCR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의 기업이 미국산 리퍼에 맞먹는 성능을 가진 드론 '윙룽Ⅱ'를 개발해 팔고 있는데 미국은 제한 규정에 묶여 있어 부당하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라고 NYT는 전했다.

리퍼를 만드는 제너럴 아토믹스 등 미국 방산업체는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수출제한 완화를 위한 로비를 벌여왔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번 결정을 두고 미사일기술 확산 방지라는 국제적 합의를 약화하고 분쟁지역의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동이나 남아시아 같은 분쟁지역의 불안정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인권단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레이첼 스톨은 로이터통신에 "이번 결정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국제적 제한을 무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인권 중시보다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둔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근시안적 결정의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MTCR은 1987년 미국 등 주요 7개국이 합의한 것으로 무게 500㎏ 이상의 탄두와 사정거리 300km 이상의 미사일 기술 확산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한국 등 35개국이 가입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이란핵합의 등 국제사회의 약속에서 여러 차례 일방적으로 발을 빼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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