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아마존 넓어 산불단속 어렵다"며 원주민 탓
"아마존 열대우림 유럽 전체보다 넓어"…잘못된 팩트 내세워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산불을 원주민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2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사진을 든 채 아마존 열대우림이 유럽보다 넓어 산불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유럽 전체보다 넓기 때문에 모든 지역을 감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팩트가 잘못됐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의 자료를 기준으로 전체 아마존 열대우림 가운데 브라질에 속한 지역의 면적은 420만㎢다. 유럽 전체의 면적 1천20만㎢와 비교하면 절반을 밑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베네수엘라·프랑스령 기아나 등 9개국에 걸쳐 있다. 브라질에 속한 지역은 '아마조니아 레가우'(Amazonia Legal)로 불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책임이 주로 원주민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산불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원주민들이 산불을 지르고 있으며 그것은 그들의 문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언론이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 피해를 과장해 브라질의 대외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산불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자료를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산불은 1만395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8천821건보다 18%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산불은 8만9천178건이었다. 2018년의 6만8천345건보다 30%가량 늘었고,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하면 2017년(10만7천439건)과 2015년(10만6천438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문제를 브라질에 대한 투자 확대와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상에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질 주재 이그나시오 이바녜스 EU 대사는 지난 22일 해외송출 공영방송인 도이체벨레와 인터뷰를 통해 EU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감소에 관한 증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바녜스 대사는 "EU 각국 정부와 외국 투자자, 기업인들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를 억제하고 삼림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브라질 정부의 정치적 의지를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EU와 메르코수르는 지난해 6월 말 벨기에 브뤼셀 각료회의에서 FTA 체결에 합의했다.
EU는 FTA 체결 조건으로 브라질이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준수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 협약은 203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벌채를 완전히 종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시사하는가 하면, 국제사회의 기부로 조성되는 '아마존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EU 측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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