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치킨게임' 돌입…공관폐쇄 치고받기에 전면전 공포(종합)

입력 2020-07-24 16:56
수정 2020-07-24 19:44
미중 '치킨게임' 돌입…공관폐쇄 치고받기에 전면전 공포(종합)

미, 휴스턴 영사관 때리자 중, 청두 영사관에 맞불

수교 후 41년만의 첫 조치…국교단절 직전의 초강수

보복 악순환 우려…11월 대선 앞둔 트럼프 승부수일수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영사관을 폐쇄할 정도로까지 경색돼 냉전 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지식재산권 탈취를 들어 중국의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하자 중국은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을 닫으라는 보복을 강행했다.

영사관 폐쇄는 국교 단절 직전 단계의 외교 조치이자 미국과 중국의 수교 후 초유의 사태인 만큼 초강수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강대강 대치를 시사해 더 높은 수위의 보복과 재보복 우려가 뒤따를 수 있는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이번 조치가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면전환 전략인 만큼 당분간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전선이 얼마나 확대될지는 두고 봐야한다는 관측이 많다.



◇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첫 영사관 폐쇄

미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72시간 안에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휴스턴 총영사관이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였다"고 23일 제재 사유를 밝혔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되 전면전까지 가지 않겠다는 의도를 품은 듯 실질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휴스턴 총영사관을 선택했다.

상징성으로 본다면 워싱턴DC가, 해당 지역의 중국인 인구 규모를 생각한다면 로스엔젤레스 등이 훨씬 더 요충지라는 것이다.

미국이 폐쇄 명분으로 세운 지식재산권 절도라면 샌프란시스코 공관을 겨냥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동등한 보복' 방침을 천명한 뒤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을 폐쇄하라고 24일 맞불을 놓았다.

영사관 폐쇄는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1979년 이래 첫 조치일 만큼 초강수여서 총성 없는 외교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대 강국 전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화웨이 배척, 홍콩 자치권, 대만의 민주주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중국 신장 인권문제 등까지 펼쳐지며 가뜩이나 곳곳이 지뢰밭인 상황에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지식재산권 탈취 제재" vs "비합리적 조치. '이에는 이'"

미국은 자국내 6개 중국 공관(워싱턴DC·뉴욕·로스엔젤레스·샌프란시스코·시카고·휴스턴) 중 휴스턴만 핀셋으로 집듯이 지목했다.

최근 휴스턴 총영사와 외교관들이 공항에서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중국인을 빼돌리려다 적발됐다는 점도 들었다.

또 지난해 미 국립보건원(NIH)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의 소속 교수들이 첨단 기술 자료를 넘긴 혐의를 적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해외 고급 인재를 유치하려는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폐쇄 요구를 받은 휴스턴 영사관에서는 지난 21일 저녁부터 22일 새벽까지 중국 측이 외부 출입을 통제한 채 각종 자료를 황급히 소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바로 청두의 미국 영사관을 닫으라는 보복을 집행했다.그동안 중국이 외부의 공격에 같은 방식과 수준으로 대응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 내 미국 공관 폐지는 정해진 수순으로 여겨졌다.

청두 총영사관은 쓰촨(四川),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등과 함께 신장 지역을 관할해 미국에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 '보복의 악순환' 빠지나…미중갈등 치킨게임 국면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가 현재로서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까닭에 갈등이 치킨게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추가 공관 폐쇄에 관해서라면 언제나 가능하다"고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번 대중공세를 주도하는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영사관 폐쇄는 국가안보 수호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정황을 비판하며 "중국이 (미국 기준에) 걸맞게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의 국민, 국가안보, 경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입힌 미중 무역전쟁도 이 같은 긴장고조에서 불거진 보복의 악순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고율관세에 중국이 '동등한 보복'을 가함에 따라 서로 관세를 치고받는 난타전이 지속된 바 있다.

미중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는 지식재산권 문제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승리전략도 깊이 얽혀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성공을 위해 중국 비판과 제재에 더 열중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보복의 악순환이 더 우려된다는 것이다.



◇ 전면전 확대는 불확실…일부 "미국 자제할 것"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권 책임론이 불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반중 메시지를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책임을 외부로 돌려 대응실패를 피하려고 연일 중국을 때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중국 정책에는 재선 선거운동을 흥행시키려는 것 외에는 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중국 담당 대표보를 지낸 제프 문은 CNN과 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이 진짜 이유라면 미국은 실리콘 밸리를 관장하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을 폐쇄했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보복과 트럼프의 처참한 코로나19 정책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전략 때문에 갈등이 악화할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그런 형국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봤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오빌 셸 미중 관계 센터 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이 이번 폐쇄 조치에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은 무역, 지식재산권 등의 이슈에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과도 균형 잡히고 공정한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신저 재단의 로버트 달리 소장은 "내년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미중 관계가 결정날 것"이라며 "현재로서 미중 정상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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