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기술 탈취?…"투자 스타트업 경쟁제품 출시 잦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4년 전 아마존의 벤처캐피털 자금을 지원받은 미국의 데이터 관리 서비스 회사 디파인드크라우드의 창립자 다니엘라 브라가에게 최근 속상한 일이 생겼다.
올해 4월 아마존웹서비스가 선보인 인공지능(AI) 활용 데이터 수집·분류 서비스 상품인 'A2I'가 자사 주력상품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놀란 그는 아마존 측이 더는 자사 기밀에 접근할 수 없게 하고 다른 자금을 유치해 아마존의 지분율을 낮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창업가, 투자자 등 20여명 이상과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아마존이 투자나 거래를 명목으로 접촉한 스타트업의 상품과 유사한 경쟁 상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아마존의 알렉사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또 다른 스타트업인 뉴클리어스도 아마존이 2017년 내놓은 AI 스피커 '에코 쇼'가 자사 제품과 유사점이 많다고 판단해 한동안 소송까지 검토했다.
뉴클리어스 측은 투자 유치 당시 아마존 측이 유사 경쟁 상품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면서 격노했다.
아마존은 이 상품 출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500만달러에 뉴클리어스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서 산업계에서는 아마존과의 거래는 기업가들에게 종종 '양날의 검'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한 벤처 캐피탈 회사의 파트너인 제레미 레빈은 "아마존은 시장에서 자신의 힘을 마키아벨리식으로 사용한다"며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니라 늑대의 탈을 쓴 늑대"라고 비판했다.
물론 아마존 측은 경쟁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투자한 기업의 기밀을 사용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존 대변인은 "26년간 다양한 기능, 제품을 내놓고 심지어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도 진출했다"며 "아마존에 필적할 만한 혁신 기록을 주장할 회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최근 10년간 투자 및 인수가 시장 경쟁에 반하는지를 조사 중이다.
특히 아마존은 시장 우월적 지위나 자사 플랫폼을 이용한 경쟁제한 행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고 저널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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