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자금 98% '깡통업체'에 넣은 옵티머스…5천억 회수 어려울듯

입력 2020-07-23 10:00
수정 2020-07-23 11:06
펀드자금 98% '깡통업체'에 넣은 옵티머스…5천억 회수 어려울듯

금감원 검사결과 발표…"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실적 전혀 없다"

계약서 위조·펀드자금 횡령·자료 은폐 등 '범죄 종합세트'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5천억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영화보다 더 대담한 수법으로 금융당국과 증권사, 은행을 농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겠다고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투자금 거의 대부분을 부동산 개발이나 비상장 주식과 같은 엉뚱한 위험자산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 위조와 자금 횡령, PC 및 자료 은폐 등이 거침없이 이뤄졌다.

◇ 부실자산, 수익률 3~4%대 '안전 상품'으로 둔갑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애초부터 부동산과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펀드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투자제안서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펀드 자금의 95%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기재했다. 매출채권은 물건이나 용역의 대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하고 발행하는 일종의 어음인데, 공공기관이 지급 주체란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된다.

목표수익률도 비교적 낮은 금리인 3~4.5%를 제시했다.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나가 계좌와 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옵티머스가 실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실적은 전혀 없었다.

대신 펀드 자금(5천235억원·지난 1일 평가액 기준)의 98%를 사업 실체가 없는 비상장 업체의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씨피엔에스(2천52억), 아트리파라다이스(2천31억원), 라피크(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 등인데, 이들 모두 옵티머스 임원 등이 관리하는 업체들이다.

4개 업체는 사모사채의 발행사이자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각종 위험자산으로 넘기는 '경유지' 역할을 했다.

펀드 자금은 이들 4곳을 거쳐 총 60여개 투자처에 뿌려졌다. 부동산 개발이나 주식, 자금 대여 등의 명목이었으며, 금액은 약 3천억원 수준이다.

투자금 중 2천억원 이상은 사용처 소명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측이 제출한 내용에 근거한 수치라 투자금액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권리관계가 불투명한 자산이 다수라 회수 가능성도 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옵티머스 측은 이러한 '깡통업체' 채권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온갖 서류를 위조·날조한 사실도 털어놓은 상태다.



◇ 자금 횡령·검사업무 방해…대표 등 4명 구속기소

옵티머스 측의 자금 횡령 및 자료 은폐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금감원 조사 결과 김재현(50) 옵티머스 대표는 펀드 자금을 빼돌려 개인의 주식·선물옵션 투자자금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투자에서 대부분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는 금감원 검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자료를 허위로 꾸미거나 자료를 은폐하며 자신들의 사기 행각을 끝까지 감췄다.

옵티머스는 지난 4~5월 금감원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서면검사를 실시하자 건설사로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양수했다는 허위의 계약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해당 계약서를 토대로 공공기관들에 직접 확인한 결과 거짓 서류인 것을 확인, 현장검사 실시를 결정했다.

옵티머스는 금감원의 현장검사 직전 주요 임직원의 PC 및 관련 자료를 별도의 사무실과 창고에 은폐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김 대표 등 경영진 4명을 재판에 넘기고 초창기 펀드 투자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 최대 판매사 NH투자증권…펀드 이관·투자금 회수 주도하나

금감원은 현재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액은 4천327억원(지난 21일 기준)으로 전체 펀드 판매 규모(5천151억원)의 84%를 차지한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전략 이외에 매출채권 보유사의 관계사 사모사채에 투자한다는 전략의 적정성을 확인했는지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또한, 통상 공공기관 발주 사업의 확정 매출채권 만기가 30일 이내인데 옵티머스가 투자 자산으로 제시한 매출채권 만기가 6개월 전후였던 점을 들어 채권의 실재성을 확인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원금손실이 없는 상품인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부당권유했는지도 검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펀드 최대 판매사로서 NH투자증권이 투자금 회수 절차 등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금감원과 NH투자증권은 삼일회계법인을 실사법인으로 지정해 옵티머스의 실제 투자처와 회수할 수 있는 자산 규모 등을 따져보고 있다.

실사가 완료되면 펀드의 전문적·체계적 관리를 위해 자산운용사로의 펀드 이관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NH투자증권 계열 운용사로의 이관이 가장 현실성이 높고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의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최근 검사를 진행했다.

예탁결제원에 대해서는 옵티머스 펀드 편입자산 정보를 실제 운용 정보와 다르게 생성했는지를,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옵티머스 지시에 따라 사모사채를 매수한 과정이 적정했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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