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당국, 파라과이 옛 독재자 친자검사 위해 유골발굴 허용

입력 2020-07-23 03:21
브라질 당국, 파라과이 옛 독재자 친자검사 위해 유골발굴 허용

친아들 주장 남성 요청으로 DNA 검사 이뤄질 예정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사망한 파라과이의 옛 군부 독재자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의 친아들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DNA 검사를 통해 친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22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사법 당국은 스트로에스네르의 친아들이라며 DNA 검사를 주장해온 엔리케 알프레도 프레이타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유골 발굴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법 당국의 결정에 따라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캄푸 다 에스페란사 묘지에 묻혀 있는 스트로에스네르의 유골 가운데 일부가 수거돼 브라질리아 경찰 DNA 연구소에서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스트로에스네르의 외동딸로 알려진 그라시엘라 콘셉시온 스트로에스네르 모라도 유골 발굴과 DNA 검사에 동의했다.



스트로에스네르는 1954년부터 1989년까지 35년간 파라과이를 철권 통치한 인물이다. 군부 쿠데타로 실권한 후 브라질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2006년 93세로 사망했다.

스트로에스네르 집권 당시 파라과이에서는 1만9천862명의 반체제 인사 등이 체포됐고, 1만8천722명이 고문 피해를 받았으며, 459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됐다.

스트로에스네르는 집권 기간에 대규모 농장주와 농업 부호들에게 토지를 편법 증여했으며, 이는 빈농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샀다.

이후 빈농을 중심으로 2007년께 무장 게릴라 조직인 파라과이국민군(EPP)이 결성됐으며, EPP는 수십 건의 납치·살인을 저지르는가 하면 '농업 주권'을 내세워 브라질-파라과이 접경지역의 브라질인 농장주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테러도 가했다.

한편, 군 장교 출신의 극우주의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이타이푸 댐 관리 책임자 임명식에 참석, 남미지역의 과거 군부 독재자들을 높이 평가하면서 스트로에스네르도 대상에 포함했다.

스트로에스네르가 브라질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이타이푸 댐 건설공사를 추진해 파라과이의 전력난을 해소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노력한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타이푸 댐은 1975년에 공사를 시작해 1982년에 건설되고 1984년 5월 5일부터 가동됐으며, 브라질과 파라과이 양국이 공동관리한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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