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이르면 23일 통보
국내 항공사간 첫 M&A 무산…계약 파기 책임 놓고 소송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주항공[089590]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제주항공은 이르면 23일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계약 파기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양사의 M&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끝내 무산되면서 항공업계 재편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향후 계약 파기 책임을 두고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르면 23일 오전에 이스타항공 측에 계약 해제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계약 해제 요건이 충족됐다는 내용의 계약 해제 통보 공문을 보내고 해당 내용을 공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내일(23일) 계약 해제를 통보하기로 정했으며 이미 국토교통부와도 얘기가 끝난 것으로 안다"며 "어제 이석주 AK홀딩스[006840] 대표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이 국토부에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23일 오전으로 예고한 항공산업 현안 관련 백브리핑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그간 국토부의 중재 노력 등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입장 자료를 내고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이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스타항공이 마감 시한인 15일까지 선결 조건을 모두 마무리짓지 못했다는 것이 제주항공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비록 제주항공이 정부의 중재 노력과 여론 등을 고려해 딜 클로징(종료) 시점을 늦추기는 했지만 결국 M&A 계약 파기는 시간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정부의 추가 지원을 기대한다기보다는 '노딜'을 선언할 적절한 타이밍을 살핀다는 것이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면 자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법정 관리에 돌입하면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넘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를 기대하며 임금 반납에까지 동의했던 직원 1천600명은 무더기로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이스타항공이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고 주장하는 등 선결 조건 이행 여부를 놓고 양사의 입장차가 엇갈리는 만큼 향후 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양측 모두 법무법인을 통해 계약 파기시 책임 소재와 계약금 반환 등을 법적으로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계약 이행 청구 소송 등 양측의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주식 취득 결정과 전환사채(CB) 발행 등과 마찬가지로 계약 해제도 공시 사항"이라며 "공시 전까지는 (계약 해제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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