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계산은 셀프예요"…유통업계, '무인 계산' 도입 가속화

입력 2020-07-23 06:32
"손님, 계산은 셀프예요"…유통업계, '무인 계산' 도입 가속화

"업무 60%인 계산 대체해 운영 효율화"…고용 감축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유통업계가 '무인 계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국 점포의 78% 수준인 약 110개 매장에서 700여 대의 무인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1월 성수점과 왕십리점, 죽전점에 무인 계산대 16대를 처음 도입한 후 약 2년 반 만에 운영이 폭발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롯데마트도 2017년 4월 양평점 개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20개 점포 중 50곳에서 512대의 무인 계산대를 활용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무인 계산대는 처음 한 번만 사용해 보면 다음부터는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이용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마트 서초점의 경우 전체 이용객의 51%가량이 무인 계산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업계는 무인 계산대를 넘어 무인점포와 하이브리드 점포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점포는 일반 점포와 무인점포의 중간 형태로, 주간에만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에는 없는 매장이다.

GS25는 지난달 말 기준 무인점포 31개와 하이브리드 점포 73개를 운영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점포는 주로 대형 건물 지하 1층 등에 입점해 외부인의 건물 출입이 제한되는 시간대에 무인으로 전환된다"며 "건물 상주 인원들이 이용해 도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CU는 무인점포 약 70곳과 하이브리드 점포 약 140개를 운영 중이며, 이마트24도 각각 56개, 34개를 가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무인 계산대와 핸드페이(정맥 패턴을 이용한 손바닥 스캔 결제) 등을 도입한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를 전국 22곳에 개점했다. 주로 사무실이나 공장 등 특수상권에 입점해왔으나, 지난 1일 첫 로드샵 개장을 기점으로 길거리 운영을 확대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단순 계산 업무가 편의점 업무의 60%를 차지한다"며 "무인 계산을 통해 점주와 직원이 계산 외 다른 서비스에 집중함으로써 매장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고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무인 계산이 상용화되는 것은 고용 악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매장이라도 무인 계산대를 함께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알바생을 덜 뽑는 등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마트업계 관계자는 "무인 계산대를 들인다고 기존 계산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기존 계산원들을 다른 업무로 재배치할 수는 있어도 인력 감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88곳과 익스프레스(기업형 슈퍼마켓) 4곳에서 무인 계산대를 쓰고 있지만, 추가 도입하거나 무인화 매장을 만들지는 않을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런 결정에는 무인 계산대를 통해 인력을 감축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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