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개입…브렉시트는 증거 없어"

입력 2020-07-21 21:05
"러시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개입…브렉시트는 증거 없어"

"영국을 우선적인 첩보활동 목표 삼아…부패한 돈 런던 흘러들어"

영국 하원 정보안보위원회 '러시아 보고서' 공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러시아가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도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영국 정부가 이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의회 정보안보위원회(ISC)가 작성한 '러시아 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해 3월 영국 민주주의에 있어 러시아의 개입을 조사한 보고서를 펴냈다.

영국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국내정보국(MI5), 해외정보국(MI6) 등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2017년 총선 등과 관련해 영향을 미치려는 러시아의 은밀한 시도에 관해 조사·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 체제 전복 시도, 선거 개입 활동 등에 관련한 혐의가 담겼다.

보고서는 지난해 3월 마무리된 뒤 10월 17일 총리실에 전해졌지만, 이후 공개가 미뤄져 오다가 이날 발간됐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와 관련해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진행했다는 믿을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관련해서도 러시아가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했지만, 영국 정부가 이에 관한 증거를 수집하거나 평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MI5가 이를 전면조사하지 않은 것은 터무니없다며, 아마도 민주주의 절차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조심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영국을 서방국가 중에서 가장 우선적인 첩보활동 목표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부패한 돈이 국제 금융 중심지인 런던에 흘러들어 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영국은 러시아 머니를 환영하면서 출처에 대해서는 거의 캐묻지 않았다"면서 "영국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특히 선호한 곳으로 여겨졌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의 돈이 이미 영국 재계와 사회에 흘러들어온 만큼, 이제는 이를 예방하기보다는 피해를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상원의원 중에서도 러시아와 사업적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있으며, 러시아가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 나라와 민주주의, 우리의 가치를 적대적인 국가의 활동으로부터 단호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러시아가) 성공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국의 정보기관이 선거 등에 관한 개입 위협을 정기적으로 평가해온 만큼, 지금 와서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관련한 조사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존 공직자비밀엄수법(Official Secrets Act)이 시대에 뒤떨어진 만큼 스파이 행위를 제한하고 러시아 엘리트층의 불법적인 재원 문제를 다루기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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