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계 "WTO 사무총장, 조직관리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
유럽대학연구소, 통상 관계자 1천여명 설문조사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통상 관료와 전문가들은 차기 WTO 사무총장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조직관리 경험과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정치적 경험과 WTO 협상 경험도 중시하는 반면에 국적, 성별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 포털사이트(voxeu.org)에 따르면, 유럽대학연구소(EUI)는 최근 WTO 회원국 대표단과 통상 관료 및 전문가 총 1천92명을 대상으로 차기 WTO 사무총장의 요건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응답자의 직업별 비중은 학자가 25.1%로 가장 많았고 정부 관료(24.6%), 기업인(19%), 국제기구 관계자(18%), 비정부기구(NGO)·노동조합·싱크탱크(11%) 등이 뒤를 이었다.
통상 관계자들이 WTO 사무총장의 1순위 자질로 꼽은 것은 조직 관리 경험으로, 응답자의 10명 중 8명(83%)이 중요도를 높게 평가했다.
정치적 경험(81%)과 경제학 교육 정도(79%), WTO 협상 경험(78%)도 중요 요건으로 고려됐다.
반면에 국적이나 성별의 중요도가 높다고 답한 비율은 40%에 못 미쳤고, 20% 이상은 중요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특히 선진국 출신 여부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해 여러 요건 중 가장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차기 WTO 사무총장을 오로지 전문성과 능력에 근거해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60%가 넘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번갈아 WTO 사무총장을 배출해야 한다거나 중국, 유럽연합(EU), 미국 등 강대국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30%대에 불과했다.
아울러 통상 관계자 10명 중 6명은 국제기구나 무역 강국의 수도, 국제 비즈니스계에 인맥이 있거나 그곳에서 전문적인 경험을 쌓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차기 WTO 사무총장이 무엇보다 전문성이 높아야 한다는 게 통상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제기구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면서 "이는 통상 의제의 범위가 점점 넓어짐에 따라 WTO가 다른 전문 기구와의 협력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국제통상계 의견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과 통상 장관으로서의 다수 협상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WTO 사무총장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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