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의회서 리비아 파병안 통과…리비아 내전 더 꼬이나

입력 2020-07-21 04:00
이집트 의회서 리비아 파병안 통과…리비아 내전 더 꼬이나

이집트와 터키 대립 속 대리전 심화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집트 의회는 20일(현지시간) 내전 중인 리비아에 군대를 파병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이집트 언론 알아흐람,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집트 의회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군대가 국가 안보를 지킬 것"이라며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리비아에 파병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고 밝혔다.

엘시시 대통령은 나흘 전인 1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을 지지하는 부족 지도자들을 만났다.

리비아 부족 지도자들은 이 자리에서 이집트의 리비아 내전 개입을 요청했으며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 정부는 전선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리비아 동부 의회도 14일 리비아에서 터키군에 맞서기 위해 이집트가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가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할 경우 리비아 내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이 될 전망이다.

현재 리비아에 공식적으로 파병한 국가는 터키뿐이다.

터키는 작년 11월 수도 트리폴리를 통치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와 군사·안보 협정을 체결한 뒤 올해 1월 리비아에 병력을 파견했다.

리비아통합정부는 터키의 지원에 힘입어 트리폴리 주변에서 하프타르 측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원유 수출항들과 가까운 전략 요충지 시르테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엘시시 대통령은 하프타르 사령관이 장악한 시르테에 대한 공격을 이집트 안보의 '레드라인'으로 간주한다며 반발해왔다.



중동에서 나란히 친미국가로 꼽히는 이집트와 터키는 최근 리비아 내전을 놓고 크게 대립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7일 이집트의 리비아 파병 움직임과 관련해 터키가 리비아통합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집트의 파병은 터키와의 갈등 수위를 높이고 리비아 내전을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태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엘시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전화 통화에서 리비아 내 휴전을 유지하면서 긴장 고조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고 이집트 대통실이 전했다.

이집트 의회가 파병안 승인을 발표하기 불과 몇시간 전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리비아 내전에 대한 외세 개입을 경계해왔다는 점에서 이집트가 파병을 추진하는데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올해 5월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는 러시아가 리비아에서 작전 중인 러시아 용병들을 지원하려고 전투기들을 리비아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이 난립했으며 현재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 출신 인사가 주축인 리비아통합정부와 군벌 하프타르 세력으로 양분됐다.

작년 4월 하프타르 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을 향해 서부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한 뒤 내전이 격화됐다.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통합정부는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지하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등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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