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카드에 쏟아지는 훈수…고심 깊은 정부

입력 2020-07-19 13:31
그린벨트 해제 카드에 쏟아지는 훈수…고심 깊은 정부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검토 중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겨우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 대상에 올려둘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을 했을 뿐인데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는 물론 같은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제기되는 말 그대로 백가쟁명 상황이다.



이달 말까지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고 부동산 시장에 서울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시그널을 줘야 하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으로선 한시가 급하지만 지금으로선 같은 행정부 내 이견부터 정리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형국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그린벨트는 한번 해제하면 복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가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 총리가 그린벨트 해제를 명확히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그의 발언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말이 곧바로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면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은 앵커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당정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 발언이 결국 그린벨트 해제 쪽으로 정리가 됐느냐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김 실장은 17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한 내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실장도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느냐'는 취지의 앵커의 거듭된 질문에 "모든 정책 수단을 메뉴판 위에 올려놓지만 그것을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판단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정 총리와 김 실장의 발언 취지는 사실상 같은 것이다.

하지만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더 부각한 것이기에 해제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특히 정 총리는 서울시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느냐는 앵커의 질문에는 "법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어 정부가 이달 말까지 이 방안을 발표 방안에 넣으려면 직권 해제도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최근 정부와 공급대책 TF 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서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부로선 총리가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기에 직권 해제 카드는 여의치 않게 됐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추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한정된 자원인 땅에 돈이 몰리게 하면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놓칠 것"이라며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고 썼다.



환경단체 등의 그린벨트 해제 추진 방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49.13㎢로, 강남권인 서초구(23.88㎢)와 강남구(6.09㎢)가 해제 후 택지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의 보금자리 단지 주변부를 개발하면 1만가구 안팎의 택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어렵사리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지 부동산은 벌써 들썩이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가 1억원 넘게 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로선 그린벨트 해제 방안까지 검토 대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를 본격 추진할지 여부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