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진보성향 최고령 대법관 긴즈버그 "암 재발 치료…은퇴 안해"

입력 2020-07-18 04:30
미 진보성향 최고령 대법관 긴즈버그 "암 재발 치료…은퇴 안해"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 지형변화 가능성 맞물려 건강에 촉각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연방 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이자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가 17일(현지시간) 암이 재발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은퇴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긴즈버그 대법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암이 재발한 것을 발견해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건강검진과 이후 조직검사를 통해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됐으며 5월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7일 검사한 결과 간의 병변이 상당히 감소했으며 새로운 질병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나는 화학 요법을 잘 견디고 있으며 현재 치료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5월 입원한 것을 비롯해 최근 입원은 암과 관련이 없다고 부연했다.

앞서 그는 고열과 오한 증세로 13일 입원했다가 퇴원했으며 당시 췌장에 생긴 종양 치료를 위해 지난해 8월 삽입한 스텐트를 제거하는 수술도 받았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직무 수행과 관련, "나는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한 법원의 일원으로 남겠다고 종종 말해왔다"며 "나는 여전히 충분히 그걸 할 수 있다"고 말해 은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법과 사회 정책을 잠재적으로 수십 년간 변화시키고 법원을 더욱 확고하게 보수적 방향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법관을 임명할 기회를 모색하면서 긴즈버그의 건강을 면밀히 주시해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대법관은 사망하거나 자진 퇴임할 때까지 사실상 종신으로 재직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인 긴즈버그는 자신이 은퇴하면 사법 지형이 바뀔 수 있다면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은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AFP는 설명했다.

현재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017년 닐 고서치, 2018년 브렛 캐버노 등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잇달아 지명해 보수 5명 대 진보 4명 구도로 보수 우위를 보인다.

긴즈버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기인 1993년 대법관이 된 후 네 차례 암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와 2009년에 췌장, 1999년에는 결장에 암이 생겼고, 2018년에는 폐종양 제거 수술도 받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긴즈버그의 입원 사실을 접한 뒤 "건강히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당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공석을 대비해 신속하게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백악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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