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의료진·영안실 모두 부족…미국에 또 닥친 코로나19 위기
텍사스주 보건관리 "중환자실 환자 숨져야 다른 환자 들어갈수 있어"
검사는 확대됐지만 결과 회신 지연으로 대처 늦어져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하루 7만7천여명이나 나오면서 병상과 의료 인력, 영안실 부족 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새로운 코로나19 확산지인 텍사스·플로리다·애리조나주를 중심으로 병원과 영안실이 넘쳐나는 환자와 사망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올해 3∼4월 겪었던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하루 미국에서 모두 7만7천255명의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며 이틀 전의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고 17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16일 6만7천217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지의 병원과 영안실에서는 병상과 물자, 인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텍사스주 히댈고카운티에서는 의료 물자의 부족으로 일부 환자들이 들것에 누운 채 10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진료를 받았다.
히댈고카운티 보건 당국자 아이번 멀렌더즈 박사는 "우리는 절박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리는 지쳤다"며 "중환자실(ICU)에 4명의 환자가 있었다. 이제는 211명이다. 인공호흡기를 쓰는 사람이 3명이었다. 지금은 135명이다"라고 말했다.
멀렌더즈 박사는 "누군가 중환자실에 들어가려면 이미 중환자실에 있는 사람이 죽어야 한다"고 병실 부족 상황을 설명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에서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할 코로나19 환자 수가 중환자실 수용능력을 초과했다.
카운티 관계자는 "환자가 중환자실 수용능력의 100%를 넘어섰다"며 "일부 병원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중환자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텍사스주는 미군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남단의 리오그랜드밸리의 병원들에 의사와 간호사 등 군 의료진을 투입하기로 했다.
애리조나주는 비상시 병원의 환자 수용능력 확충 계획에 따라 다른 주로부터 간호사 약 600명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 국경 도시 할링전에서는 호텔을 위중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시설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사망자 증가로도 이어지면서 영안실·장례식장에도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텍사스와 애리조나주에서는 코로나19의 타격이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영안실이 꽉 차면서 보건 당국이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대형 냉장고와 냉장트럭을 들여오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다음 주에 텍사스주에 임시 영안실로 쓸 냉장트럭 14대를 보내기로 했다.
텍사스주에서는 보건 당국과 장례식장들이 추가 시신 보관자루와 냉장트럭을 주문했다. 또 FEMA는 4월 초 이미 8대의 냉장트럭을 보낸 바 있다. 당시엔 하루 신규 환자가 채 1천명이 안 됐지만 최근 텍사스주에선 하루 1만명이 넘는 환자가 나오고 있다.
오스틴이 있는 텍사스주 트래비스카운티는 만약에 대비해 3대의 영안실 트럭을 확보하려 하는 중이다.
코로나19 검사는 대폭 확대됐지만 이를 판정할 연구소의 역량이 증대된 검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검사 결과 회신이 지연되고 있다.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16일 대형 상업연구소조차 10∼12일 뒤에야 검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최대한 빠를수록 좋지만 3일 만에 나오면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상업연구소들도 검사가 밀려 있다며 종종 결과가 나오는 데 길게는 7일까지 걸린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감염자가 공식적인 통계로 잡힐 때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확진 판정의 지연은 감염자 격리나 감염자와 접촉한 잠재 감염자들의 추적을 매우 어렵게 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은 16일 의학저널 '랜싯 퍼블릭헬스'에 실은 논문에서 5일 이상 걸린 검사 결과는 감염자 추적에 거의 쓸모가 없다고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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